또 체면 구긴 경찰… 이번엔 연차 내고 금은방 털었다

입력
2021.01.07 20:00


"이거 참 낯이 안 서서…."

경찰이 또다시 체면을 단단히 구겼다. '정인이 사건(입양아 학대 사망 사건)' 부실 수사 논란 등으로 검·경 수사권조정 자축 분위기에 초를 치는가 싶더니, 이번엔 서민 생활침해범죄 예방 활동의 최일선에 선 파출소 직원이 금은방털이범으로 붙잡혔다.

광주 남부경찰서는 7일 광주 서부경찰서 모 파출소 소속 L모(48)경위에 대해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키로 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L경위는 지난달 18일 오전 4시쯤 남구 월산동의 한 금은방에 침입, 2,500만원 상당의 귀금속을 털어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범행 당시 등산복 차림에 마스크와 모자를 눌러 쓴 L경위는 금은방 주변을 살피더니 노루발못뽑이(속칭 빠루)로 가게 셔터 열쇠와 유리문을 부수고 들어가 1분여 만에 금목걸이와 반지 등을 쓸어 담아 달아났다.

L경위는 범행 직후 차량 뒷번호판을 은박지 등으로 가린 자신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타고 서구와 광산구, 전남 장성, 영암 등지를 4시간여 동안 돌아다니며 수사망을 피했다. 경찰은 금은방 내부와 인근 건물 등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범인의 행방을 쫓았고 사건 발생 20일째인 지난 6일 오후 지병으로 조선대병원에 입원 중인 L경위를 용의자로 특정해 긴급체포했다. L경위가 범행 당일 오전 8시 36분쯤 번호판 가림막을 뗀 SUV를 타고 자신의 아파트로 들어가는 CCTV 영상을 확보한 것이다.

특히 L경위는 연차 휴가를 내고 범행을 저질렀고, 이후 버젓이 파출소로 출근해 관내 치안 순찰 등 업무까지 본 것으로 전해졌다. L경위는 경찰에서 "개인적으로 빚을 많이 져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혐의를 시인했다.

L경위의 '못된 짓'이 알려지면서 "견찰(犬察)이 사고를 쳤다",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겼다"는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견찰은 경찰이 자신의 사명과 의무를 저버린 행동을 할 때 듣는 말이다. 더구나 광주경찰청이 이날 수사 업무 종사자들의 언론 접촉을 원칙적으로 차단하고, 기자들의 수사부서 사무실 출입도 금지하는 내용의 경찰 수사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일선 경찰서에 내려보내 "자기 식구 감싸기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경찰 관계자는 "공교롭게 L경위의 금은방털이 사건이 언론에 알려진 때와 공보규칙 하달 시점이 겹쳤을 뿐 수사 사실을 일부러 감추려고 그런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안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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