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은 "오지 말라"는데... 나포 선박 석방 교섭 잘 될까

입력
2021.01.06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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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한국 선박 나포 문제 해결을 위해 이란과의 교섭을 시도하고 있으나, 이란이 이를 공식 거부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6일 외교부에 따르면, 고경석 아프리카중동국 국장을 대표로 한 정부 실무단은 7일 새벽 테헤란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이미 이란 측을 방문키로 돼 있었던 최종건 1차관도 예정대로 오는 10일 테헤란으로 떠난다.

정부는 이번 방문에서 이란 외교부 고위 관계자들을 만나 지난 4일 혁명수비대에 나포된 화학물질 운반선 '한국케미호'에 대한 즉각적인 석방을 요구할 계획이다. 이란이 주장하는 대로 한국케미호에 해양오염 혐의가 있다면 사진 등 증거를 요구하는 한편, 나포 과정에서 불법적 요소가 있었는지도 따져볼 것이라고 한다.

혁명수비대 아닌 이란 외교부와의 교섭 실효성 의문

반면 이란은 한국 선박 나포 건을 공식 의제로 인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 사이브 하티브자데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5일(현지시간) "한국 외교부(최 1차관)의 방문은 가까운 시일 내에 이뤄질 것"이라면서도 "이번 선박 사건과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외교부 실무단의 방문에 대해서도 사이브 대변인은 "이 사안(선박 나포)은 기술적인 문제로, 합법적인 경로를 밟아 처리될 것이다. (한국 측의) 외교적인 방문은 불필요하다"고 했다. 사실상 오지 말라는 얘기다. 실제로 실무단과 이란 측 간 협의 일정조차 이날까지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나포 당사자가 혁명수비대인 점도 협상을 까다롭게 한다. 송영길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이날 최 1차관과의 긴급 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나 "(선박 나포는) 이란 혁명수비대가 한 것이다. 이란 정규군이나 해양경찰도 아니고 약간의 정치적 군대가 아니냐"면서 "혁명수비대가 (이란) 외교부와 조율을 거쳐서 했다고 볼 수 없는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란 외교부에 대한 우리 정부의 석방 요구가 혁명수비대까지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는 뜻이다.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정부는 '이란에 대한 백신 비용 지급' 협의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국과 이란은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로 한국에서 동결된 이란의 원유 수출대금 70억 달러(약 7조6,000억원) 중 일부를 백신 구매비 명목으로 이란에 지급하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최 1차관의 이란 방문에서도 이 문제가 주로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동결된 자금이 일부 풀리는 것만으로도 양측 간 긴장감을 상당 부분 누그러뜨릴 수는 있을 것"이라면서도 "두 사안은 무관하다는 이란 정부 입장이 완강한 만큼 즉각적인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란, 청해부대 호르무즈 해협 이동에 '불쾌감'

앞서 이란은 우리 해군의 청해부대가 한국케미호 나포 뒤 호르무즈 해협으로 이동한 데 대해 불쾌감을 표출한 것으로 밝혀졌다. 전날 외교부는 사이드 바담치 샤베스타리 대사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불러들여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한국 국적의 화학물질 운반선인 '한국케미호'를 나포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는데, 이 자리에서 샤베스타리 대사는 되레 청해부대 움직임에 대한 불쾌감을 보였다는 것이다. 관계 당국의 소식통은 "외교부와 주한이란 대사 간 협의에서 이란 측이 청해부대 움직임을 언급했다"면서 "한국이 군사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냐는 반응을 보였다"고 전했다.




조영빈 기자
정승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