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술 금지' 순천시장 "청년들, 새벽 5시에 술 마시려 줄 서"

입력
2021.01.06 12:15
허석 순천시장 "청년들 코로나19 경각심 사라져" 주장
"거리두기 속전속결" 주장 불구 "지나치다" 비판도


전남 순천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4일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취하면서 2주간 '낮술' 판매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려 눈길을 끌고 있다.

행정 편의를 위한 과잉 조치라는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허석 순천시장은 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새벽 5시부터 젊은층들이 사실상 유흥주점 같은 형태로 (식당에) 줄을 서서 들어가서 술을 마시는 것을 금지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외려 "수도권에서도 이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온라인 떠돈 '술 먹으려 줄서기' 사진에 분노



순천시는 이미 유흥주점이 전면 영업 금지인 데다, 이번에 2주 동안 추가로 모든 음식점에서 오전 5시~오후 4시에는 술을 팔 수 없도록 금지 조치를 했다. 이를 어긴 업체는 300만원 이하, 이용자는 1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 수 있다.

허 시장이 이런 조치를 내린 이유는 순천시 조례동 소재 한 음식점 때문이다. 순천시에 따르면 이 음식점은 새벽 5시부터 영업하면서 술을 판매해 음식점임에도 사실상 유흥주점처럼 영업했고, 그 앞에 청년들이 줄을 서는 사진이 인터넷에서 이슈가 돼 온라인상에서 강도 높은 비판을 받았다.

이런 형태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찾다 보니 결국 낮술 판매 전체를 금지하게 됐다는 게 허 시장 설명이다. 그는 "점심때 밥을 먹으면서 술을 마시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젊은층들이 사실상 유흥주점 같은 형태로 줄을 서서 들어가서 술을 마시는 경우를 문제 삼는 것"이라고 했다.

허 시장은 해당 사건에 대한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밤에 술을 못 마시게 하니까 새벽 5시부터 판매하는 이런 경우가 많이 발생해서 많은 분들이 우려를 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수도권도 (순천과) 같은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청년들 경각심 불러일으키려는 조치"


허 시장은 "젊은층들이 사실은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이 좀 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며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낮술 판매 금지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순천뿐만 아니라 젊고 건강한 친구들은 '내가 코로나에 걸려도 괜찮겠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지만 문제는 젊은이들이 걸려서 자신의 부모, 형제, 할아버지, 할머니 등 가장 가까이에 있는 소중한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괜찮다고 생각하니까 무분별한 행위들이 발생하고 또 그런 영업이 조장이 되고 있다"면서 "우리 조그마한 순천시에서 한 행위가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다. 찬반양론이 있다고 하는 것은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데는 성공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거리두기, 속전속결로 끝낸다"



'낮술 금지' 이전부터 순천시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는 전국에서 가장 빠르고 강도 높게 진행됐다.

허 시장 설명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전국에서 가장 빨리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를 취한 곳이 순천이고, 이보다 앞서 8월에도 '3단계에 준하는' 거리두기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현재 순천시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209명인데, 이달 1일 신규 확진자가 9명 발생하면서 거리두기 조치를 촉발했지만 6일에는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낮술 금지'가 지나친 조치라는 지적은 여전하다. 이날 허 시장이 출연한 방송에서도 청취자들의 비판 메시지가 이어졌다.

허 시장은 "꼭 2주를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순천시가 3차 위기가 제압이 될 조짐이 보이기 때문에 제압이 된다면 민간공동대책위 등의 의견을 수렴해서 속전속결로 끝낼 수가 있다"고 밝혔다.

인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