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신고 즉시 피해아동 분리... '원 스트라이크 아웃' 가능할까

입력
2021.01.05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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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이 사건(입양아 학대 사망 사건)'을 계기로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들어오는 즉시 피해 아동을 부모와 격리시키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도입 여론이 커지고 있다. 2회 신고 후 긴급 분리(투 스트라이크 아웃)로는 정인이 사건과 같은 비극을 막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은 1년 내 두 번 이상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되면 긴급 분리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두 번째 신고된 사례 중 아동학대로 의심되는 멍 등이 발견될 경우, 현장 판단에 따라 보호자와 아동을 우선적으로 72시간 동안 긴급 분리하는 것이다. 이를 명문화한 아동복지법 개정안도 지난해 국회를 통과해 올해 3월부터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런 투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도 그나마 지난해 11월 정인이 사건 및 창녕 아동 학대 사건 이후 학대예방경찰관(APO) 및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의 소극적 대처가 문제가 되자 부랴부랴 개선 방안으로 나온 것이다. 현행 아동학대처벌법은 재학대 위험이 급박하고 현저한 경우에만 피해 아동의 분리가 가능하다. 특히 멍이나 상흔이 발견되도 그 정도가 심하고 의사 소견이 있어야 하는 등 조건이 까다롭다. 3월 시행되는 개정안 역시 "학대가 강하게 의심되는 경우"로 즉각 분리를 포괄적으로 규정하는 등 정인이 사태 재발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첫 신고가 접수된 이후에도 부모 등이 더욱 심하게 아동을 학대하는 사례들이 잇따르고 있어, 이참에 1회 신고시 분리 조치를 실시하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 도입에 찬성한다"며 "부모가 제대로 된 훈육 방법을 배우고 인식 개선이 될 때까지는 일정 기간의 분리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다만 첫 신고 때 아이를 부모로부터 분리하게 되는 경우, 오인 신고 등의 사례가 발생하면 해당 가정에 장기간 트라우마를 남길 수 있는 여지가 있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학대 아동을 가정에서 분리한 뒤 그 다음 단계가 더 중요하다"며 "어린 아이가 낯선 곳에 가서 불편함을 느끼면 그것대로 상처가 될 수 있어 아동보호전문기관 시설과 인력을 확충하는 등 시스템에 대한 전반적인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도 강화와 함께 아동학대 여부를 판단할 전문성 확보가 우선이라는 제안도 나온다. 정인이 사건에서도 세 차례나 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됐지만, 경찰은 양부모 말만 믿고 분리 조치 없이 세 번의 신고 모두를 자체 내사종결했다. 김범중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한 번 신고가 들어왔다고 해서 사건 경중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분리하는 것은 양육권 침해 등 소지가 있다"며 "케이스별로 의사, 아동돌봄전문가 등이 참여해 분리 필요성을 전문적으로 판단할 위원회를 구성하는 '제한적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이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승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