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초등생 형제 화재' 11세 형 퇴원… "학교 가고 싶어"

입력
2021.01.05 10:00

어머니가 집을 비운 사이 주방에서 불을 내 크게 다친 초등학생 형제 중 열한 살 형이 4개월 만에 퇴원했다. 이 형은 최근에야 동생이 세상을 떠난 사실을 어머니에게 전해 들은 것으로 전해졌다.

초등생 형제의 치료를 위한 모금활동을 진행해온 서울의 비영리 사단법인 '따뜻한하루' 측은 5일 "인천 화재 형제의 형 A군이 작년 12월 화상병동에서 재활병동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다가 오늘 오전 퇴원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이어 "A군은 일주일 후에 다시 입원해야 하지만 오랜만에 밖으로 나오게 돼 행복하다고 했다"며 "A군의 어머니는 아이가 퇴원해 기쁘면서도 집으로 돌아가 아이를 어떻게 돌볼지 걱정이 되는 등 만감이 교차하는 모습이었다"고 전했다. 지난해 9월 14일 발생한 화재로 온몸의 40%에 심한 3도 화상을 입은 A군은 지난 4개월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동생 사망 최근 전해 들어…개학하면 등교

A군은 동생 B(사망 당시 8세)군이 사고 발생 한달여만인 지난해 10월 21일 치료 도중 숨진 사실을 최근까지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A군 가족이 심한 충격을 받을 것을 걱정해 말을 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계속 동생이 보이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A군에게 어머니는 결국 "동생이 하늘나라에 갔다. 거기에서는 아프지 않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다음에 꼭 만나자"고 말했다. 따뜻한하루 측은 "가장 많이 의지하던 동생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아직 어린 A군이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며 "며칠 동안은 아무렇지 않게 지내다가 또 며칠 동안은 많이 슬퍼보였다"고 밝혔다.

다른 부위에 비해 얼굴의 화상 정도가 심하지 않은 A군은 개학하면 다시 학교에 갈 예정이다. 다만 재입원이 예정돼 있어 새학기에 맞춰 등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A군은 "학교에 빨리 가고 싶다"며 "친구들도, 선생님들도 너무 보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후원금, 병원 치료비에 쓰기로

따뜻한하루 측은 "사고 이후 도와주시는 분들이 많다는 어머니의 말에 A군은 '그 분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직접 만나 전하고 싶다'고 했다"며 "A군 형제의 병원비는 지금까지 5,000만원이 나왔는데, 병원으로 직접 들어온 후원금을 뺀 나머지 3,200만원을 보내주신 후원금으로 지원했다"고 밝혔다. 남은 후원금은 A군의 재활·성형·심리 치료 등에 쓰일 예정이다.

A군 형제는 지난해 9월 14일 오전 11시 10분쯤 인천 미추홀구 4층짜리 빌라 2층 집 주방에서 발생한 화재로 크게 다쳤다. A군은 중화상을 입었고 B군은 형에 비해 약한 1도 화상을 입었으나 연기를 많이 마셔 상태가 좋지 못했다. 이들 형제는 지난해 추석 연휴 때 의식을 되찾는 등 호전돼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로 옮겨졌다. 그러나 B군은 갑자기 상태가 악화돼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다가 끝내 숨졌다.

이환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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