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때문에 세계 멸망" 백신 500회분 훼손 美 약사 체포

입력
2021.01.05 09:36
'mRNA 백신이 인간 DNA 변형' 믿는 음모론자
"백신이 인간 망칠까봐 미리 망가뜨려" 진술

지난 연말 미국 위스콘신주(州)에서 모더나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500회분을 고의로 훼손한 약사의 범행 동기가 밝혀졌다. 그는 '코로나19 백신이 사람들의 DNA에 돌연변이를 일으킨다'는 음모론을 믿고 "세상이 멸망할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AP통신은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냉장보관 시설에 들어 있던 모더나 백신 57병을 꺼내놔 못쓰게 만든 위스콘신주 밀워키 북쪽 오로라 메디컬 센터의 전 약사 스티븐 브란덴버그(46)가 체포됐다고 4일 밝혔다. 통신은 검찰 공소장을 인용해 브란덴버그가 "백신이 DNA를 변형시켜 사람들을 해칠 수 있어 일부러 백신을 망가뜨렸다"고 진술했다고 전했다. 브란덴버그는 사건 다음날인 지난달 26일 오로라 메디컬 센터에서 해고됐다.

경찰에 따르면 그가 폐기한 백신의 분량은 최소 500명 이상에게 주사할 수 있는 분량으로 현재 사법처리가 진행 중이다. 모더나 백신은 냉장 온도인 2~7도에서 30일간 보관이 가능하지만 상온에서는 12시간만 유효하다. 브란덴버그가 상온에 꺼내놓은 백신 57병 중 이미 주사된 분량 외에는 모두 폐기 처리됐다. 경찰은 폐기된 백신의 가격이 8,000달러~1만1,000달러(866만원~1,191만원)에 상당한다고 설명했다.

밀워키 인근 오조키 카운티 검찰의 애담 제롤 검사는 원격 화상 예심 재판에서 "그는 백신이 안전하지 않다는 믿음을 스스로 만들어냈으며 부인과의 이혼 과정에서 정신이 불안정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오로라 메디컬 센터의 한 직원도 "브란덴버그가 두 번이나 총기를 휴대하고 출근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방식의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모더나 백신이 DNA를 변화시킨다는 음모론을 믿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백신이 인간의 유전자를 변화시킨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이 기술은 수 년간 연구가 진행돼 오다가 최근에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낸 것이지 갑자기 급조된 것이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브란덴버그는 8년째 아내와 이혼 소송 중이며 부부는 어린 자녀 2명을 두고 있다. 부인의 증언록에 따르면 브란덴버그는 백신을 냉장고에서 꺼내 폐기한 날에 정수기와 30일분의 식료품을 부인에게 가져다 주면서 "세계가 곧 멸망한다"고 주장했다고 통신은 설명했다. 브란덴버그는 미국 정부가 사이버 공격을 계획 중이며 이제 곧 모든 전기도 끊길 것이라고 주장했다. 부인은 또 브란덴버그가 임대한 총기류를 가지고 다니며 식품 사재기에 나서는 등 불안한 행동을 보이고 있다고 신고했고 법원 관리위원은 부부의 자녀들이 위험에 처해 있다고 판단해 당분간 부친과의 접촉을 금지시킨 상태이다.

재판부는 브란덴버그에게 1만달러의 보석금을 전제로 현재 소유한 총기류를 반납하고 보건 의약관련 업무에 더 이상 종사하지 말 것과 오로라 메디컬 센터 직원들과 접촉하지 말 것을 명령했다.

김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