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은 신성장동력으로의 대전환이 이뤄지는 한해가 돼야 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제시한 올해 목표는 차세대 먹거리 창출로 요약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 등에 따른 불투명한 전망 속에서도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야 된다는 절실함으로 해석됐다.
정 회장은 4일 글로벌 그룹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 신년 메시지에서 "쉽지 않은 경영환경 속에서도 그룹 임직원 모두가 변함없이 지켜가야 할 사명은 ‘안전하고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이라는 인류의 꿈을 함께 실현해 나간다는 것"이라며 이렇게 당부했다.
정 회장은 이 메시지에서 △친환경 △미래기술 △사업경쟁력 영역에서 성과를 가시화하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당초 현대차그룹은 이날 오전 9시 온라인 시무식을 예정했지만 전날(3일) 울산 공장에서 발생한 협력업체 직원의 사망 사고에 대한 도의적 책임 차원에서 취소하고 서신형태의 신년사로 대체했다.
정 회장은 “코로나19로 불안과 우려가 크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현대차그룹은 시장과 고객으로부터 큰 사랑을 받아 글로벌 시장 입지가 확대되고 기업가치가 상승하는 성과를 이루었다”며 “한 마음 한 뜻으로 최선을 다해주신 임직원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임직원을 격려했다.
특히 올해는 현대차그룹에 중요한 시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 회장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기존과는 다른 사회적 가치와 라이프 스타일이 확산됨에 따라, 변화를 미리 준비한 기업만이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2021년을 미래 성장을 가름 짓는 중요한 변곡점으로 삼아 새로운 시대의 선두주자가 되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신성장동력으로의 대전환은 우리 모두가 함께 해야만 가능하고, 우리의 마음과 역량이 합쳐진다면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새로운 성장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회장은 또 친환경 시장 지배력 확대를 위해 ‘글로벌 친환경 선두 브랜드로서 입지 구축’을 강조했다. 그는 “최근 발표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에 기반한 신차 출시로 더욱 편리하고 안전할 뿐 아니라, 고객의 다양한 취향과 니즈를 반영한 매력적인 친환경 이동수단을 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할 계획”이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으로 인정받고 있는 수소연료전지는 ‘인류를 위한 수소’라는 뜻을 담은 브랜드 ‘HTWO’를 바탕으로 다양한 모빌리티와 산업영역의 동력원으로 확대해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앞장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현대차 ‘아이오닉5’를 필두로 기아차 준중형 전기차, 제네시스 크로스오버 전기차 등 E-GMP가 적용된 전용 전기차를 출시, 글로벌 전기차 강자로 거듭난다. E-GMP는 전기차만을 위한 최적화 구조로 설계돼 1회 충전으로 500㎞ 이상(국내기준) 주행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라인업을 현재 8개 차종에서 2025년 23개 차종으로 확대해 글로벌 시장에서 연간 100만대를 판매할 계획이다. 전기차 인프라 분야에서도 2021년까지 국내에 초고속 충전소 20개소를 직접 설치하고, 에너지 기업들과 협력해 충전망을 더욱 확대한다.
정 회장은 미래기술 역량 확보 관련해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혁신적인 모빌리티 기술을 구현해 나가겠다”며 “UAM, 로보틱스와 같은 신성장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 머지않은 미래에 새로운 모빌리티의 영역을 확대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 나가고 자유로운 이동과 평화로운 삶을 위한 신기술에 대한 투자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미래시장을 선점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특정 구간에서 운전자 개입이 필요 없는 수준의 ‘레벨3 자율주행’ 기술을 2022년 양산차에 적용하고, 2023년에는 로보택시 등 자율주행 상용화 서비스 사업을 추진한다. 또 자율주행 합작사 ‘모셔널’을 통해 미국 네바다주 공공도로에서 ‘레벨4’ 무인 자율주행 테스트를 진행하고, 2023년에는 미국 차량 공유업체 ‘리프트’와 자율주행 상용화 서비스를 미국 주요 지역에서 시행한다.
승객·화물 운송 시장을 모두 아우르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제품군 개발에도 속도를 낸다. 현대차그룹은 2026년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한 화물용 무인항공시스템(UAS)를 시작으로, 2028년에는 도심 운영에 최적화된 완전 전동화 UAM 모델을, 2030년대에는 인접한 도시를 연결하는 지역 항공 모빌리티 제품을 출시한다. 로보틱스 분야는 최근 지분인수 계약을 체결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손잡고, 고령화, 언택트로 상징되는 글로벌 메가 트렌드에 적극 대응하는 한편 인류에게 한 차원 높은 경험과 기대 이상의 가치를 제공한다.
정 회장은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합리화하고,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에 부합하는 신성장동력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그룹사별로 전동화 및 자율주행 핵심 부품과 소프트웨어 전문화를 통해 미래 사업역량을 강화하고, 신재생 에너지 사업은 물론 스마트시티 개발 등 신성장 동력을 적극 탐색한다는 전략이다.
한편 정 회장은 고객중심의 품질 혁신도 역설했다. “현대차그룹의 모든 활동은 고객존중의 첫걸음인 품질과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품질과 안전은 특정 부문만의 과제가 아니다, 그룹 전부문의 임직원과 협력사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일치단결해 품질과 안전에 대해서는 다른 어떤 것과도 타협하지 않는 자세로 완벽함을 추구할 때 비로소 고객이 우리를 신뢰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