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선구매한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4일(현지시간) 영국에서 세계 최초로 접종을 시작한다. 지난달 8일 처음으로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 접종을 시작한지 약 한 달만이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함께 접종 중인 미국처럼 영국에서도 ‘백신 쌍두 마차’ 시대가 열리게 됐다.
영 일간 가디언 등 현지 언론은 영국 정부가 오는 4일부터 주요 대형병원과 지역보건의(GP) 병원에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을 시작한다고 3일 전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역시 이날 BBC방송에 출연해 “53만회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주사를 영국 전역의 접종 센터에 배포하는 일을 마쳤다”며 “4일 접종을 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에 따르면 우선 700곳의 병원에서 백신 접종이 가능하고, 이번 주 GP를 중심으로 수백 곳이 추가될 예정이다. 이미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53만회분은 전국 병원 등으로 운송돼 접종을 기다리고 있다.
지난 2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도착한 프린세스 로열 병원의 조지 핀들리 박사는 가디언에 “하루에 수백 명의 직원이 백신 접종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는 “영하 70도의 초저온에서 저장 및 보관해야 하는 화이자 백신과 달리,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일반 냉장고 온도에서 보관이 가능한 만큼 접종이 훨씬 수월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은 영국이 지난달 8일 세계 최초로 화이자 백신 접종을 시작한 지 약 한 달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이미 100만명 이상이 화이자 백신을 맞았다. 두 번째 백신까지 무대 위에 오르면 영국 내 접종 속도는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
다만 영국 정부가 이 백신의 1,2차 접종 간격을 12주로 설정한 점을 두고는 논란이 여전하다. 코로나19 백신은 통상 1회차 접종을 하고 3∼4주 뒤 효능을 더 높이기 위해 2회차 접종을 해야 한다. 그러나 영국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사용을 승인하면서 1, 2회차 접종 간격을 12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2회차 접종을 지연시키는 대신 최대한 많은 사람이 1회차 접종을 받게 하겠다는 전략이다.
당시 뮈니르 피르모하메드 영국 인체용 약품 전문가 워킹그룹 위원회 위원장은 첫 회분과 2회분 사이에 3개월(12주) 간격을 둘 때 면역효과가 최대 80%까지 올라갔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해외 언론 등은 여전히 관련 실험 데이터가 부족한 상태로, 영국 정부의 이 같은 지침은 고육책 성격이 짙다고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