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강제노역 피해 배상을 거부하고 있는 일본 미쓰비시중공업(三菱重工業)이 한국 내 자산의 강제매각 위기에 처하자 곧바로 법원에 항소했다.
3일 대전지법 등에 따르면 양금덕(91) 할머니 등 강제노역 피해자 4명의 특허권·상표권 압류명령 민사소송 채무자인 미쓰비시중공업은 공시송달을 통해 압류명령을 내린 대전지법에 ‘즉시항고장’을 냈다.
즉시항고는 재판의 성질상 신속하게 확정할 필요가 있는 결정에 대해 불복신청하는 절차다.
항고장을 제출한 날짜는 지난해 12월 30일(박해옥 씨 특허권 2건, 김성주씨 특허권 2건), 31일(양금덕씨 상표권 2건, 이동련씨 특허권 2건)이다.
두 날짜는 대전지법의 압류명령 결정문 공시 송달 발효일인 지난해 12월 29일과 30일 바로 다음날이다.
여기엔 미쓰비시중공업이 압류 및 자산매각과 관련해 가능한 법적 절차를 모두 활용해 시간을 끌어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일본 교도통신과 NHK 등은 미쓰비시중공업 측이 “한일 양국 간과 국민 간 청구권에 관한 문제는 한일 청구권 협정에 의해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돼 어떤 주장도 할 수 없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더 이상의 배상 책임 없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혔다.
앞서 강제노역 피해자와 유족 5명은 2012년 10월 광주지법에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그리고 6년여의 법적 다툼 끝에 대법원은 2018년 11월 “피고는 원고에게 1인당 1억~1억5,0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피해자들은 이 판결 등을 근거로 지난해 3월 22일 대전지법을 통해 판결 이행을 미루는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한국내 상표권 2건과 특허권 6건을 압류하는 절차를 밟고, 매각 명령 신청을 했다. 총 채권액은 별세한 원고 1명을 제외한 4명분 8억40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