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이다. 코로나19 때문에 해넘이와 해맞이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맞았다. 해운대 등 유명 해맞이 장소 대다수를 출입 통제선이 가로막았다. 이런 경우도 있구나 싶다. 지난 2020년 첫날 해넘이와 해맞이를 하면서 소원을 빌었던 시간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새해 소원을 빌어볼 자리가 여의치 않았던 탓이었을까. 부산의 한 대학이 지난 연말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시민들의 새해맞이 소원을 소개하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일주일 사이에 600명가량이 참여했다. 내 집 마련에서부터 복권 당첨, 자격증 따기에 이르기까지 간절한 소원이 넘쳐났다.
예상들 하겠지만, 코로나19와 관련한 새해 소원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들은 '마스크 안 쓰는 날이 오기'를 기원했고, '마음 편하게 학교를 다니고 싶다'거나 '극장에 가고 싶다'는 등 일상으로의 회귀를 꿈꾸는 소망을 쏟아냈다. 저마다 애절함이 묻어났고, 소중한 바람이 담겨 있었다.
이들의 새해 소원을 하나하나 보고 있노라니 지향점이 통상적인 경향과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개의 경우 소원은 개인적인 ‘나’ 주변의 것이기 마련인데 이들은 그렇지 않았다. ‘나’보다는 ‘우리’, ‘가정’만이 아닌 ‘사회’를, ‘세상’을 염두에 둔 소원들이 적지 않았다.
‘내 아이’가 아닌 ‘모든 아이들’이 학교를 갈 수 있도록 코로나19가 잠잠해지기를 기원하는 이들이 있었다. 새해에는 코로나19 위기가 종식되어서 구직자와 소상공인 모두 웃으며 일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는 소망도 한둘이 아니었다.
올해 초 코로나19로 실직했다고 자신을 소개한 한 사람은 새해에 꼭 좋은 일자리를 얻어서 돈을 많이 벌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번 만큼, 모은 만큼,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기부도 하고 작은 나눔이라도 하고 싶다고 했다.
전 세계인들의 간절한 마음을 담아 새해에는 꼭 코로나19로부터 벗어나 있길 바란다는 소망도 있었다.
지난해 연초만 하더라도 그렇지 않았다. 새해 소원 조사를 어디에서 누구를 대상으로 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었지만 대부분이 경제적 여유, 취업ㆍ이직, 복권 당첨 등을 주로 새해 소원으로 꼽았다. 주변을 생각하는 경우가 드물었다. 그게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당시는 코로나19가 창궐하지 않았던 때였을 뿐이다.
이번 새해엔 많이 달랐다. 자신의 소원과 소망에 다른 사람들과 함께 보다 나은 세상에 살기를 희망하는 마음을 담았다. 지난해 코로나19라는 고통을 겪으면서 우리가 바라는 소원의 키는 부쩍 자란 느낌이다. 코로나19가 우리들이 바라는 소원의 폭과 깊이를 성장할 수 있게 도와준 셈이다. 최악의 상황에서 작지만 귀한 위로를 받는다.
지역의 한 대학이 마련한 작은 이벤트에 새해 소원을 밝힌 이들은 평범한 소시민들이다. 그 작은 이벤트가 전국적으로 대표성을 갖는 큰 행사나 공식적 조사는 아니다. 하지만 이 이벤트에 올라온 소원들이 보통 사람들의 마음을 대체로 반영하고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한다. 당첨되면 받는 커피 무료쿠폰 한 장을 위해 가식적이거나 마음에도 없는 소원을 밝히지는 않았을 것으로 믿는다.
새해 이들의 소원이 모두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들의 소원이 전국의 많은 사람들이 소원하는 바와 크게 다르지 않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