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 백신 美 FDA 승인이 관건... "4월에나 허가 예상"

입력
2020.12.31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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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각국은 잇따라 승인하지만... 
美당국 "구체적·명확한 숫자 필요" 예상보다 2달 지연
국내 전문가 "임상시험 충족 못해 늦어져...
영국 제품 견제는 아니다"
영국은  모든 백신 접종간격 4주→12주 늘려 대상 확대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옥스퍼드대학이 공동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에 대해 영국과 아르헨티나, 엘살바도르 등이 잇따라 긴급 승인을 했지만 최종 관문 격인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은 아직 열릴 기색이 없다. 일반적으로 FDA의 사용 승인이 의약품의 신뢰성을 보장한다고 믿어지는 만큼 미국의 승인 없이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일말의 불안감을 안고 시장에 나서야만 한다.

미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해 미온적인 기류다. 미국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프로그램인 ‘초고속작전’의 몬세프 슬라위 최고책임자는 “모든 것이 잘 될 경우 아마도 4월 중 허가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30일(현지시간) 밝혔다. 아스트라제네카가 2월 중 FDA에 긴급사용을 신청할 것이란 기존 예상에서 두 달여 늦춰진 것이다.

미국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3억회(1억5,000만명) 접종 분량을 주문해놓은 상태지만 전문가들은 백신 효과를 아직 담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슬라위 최고책임자는 “한 백신은 예방률이 95%인데 다른 백신은 ‘X%’라는 점이 중요하다”며 “다른 일정과 다른 재료로 이뤄진 다른 임상시험들을 합산한 숫자가 아닌 구체적이고 명확한 숫자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임상시험 중 투여분을 잘못 계산한 오류가 있었으며 평균 예방률마저 화이자-바이오엔테크(95%), 모더나(94.5%)에 비해 낮은 70.4%를 기록했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온다. 영국과 브라질 등에서 실시된 임상 시험에서 고령자들에 대한 효능이 입증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목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백신의 효과가 최소 50%는 돼야 이용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기준을 충족하지만 FDA는 더 엄격한 셈이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한 국내 전문의는 "의약품 승인과 관련해 세계 양대산맥이라면 미 FDA와 유럽의약품청(EMA)이 있다"면서 "간혹 자국의 제약업계를 보호하기 위해 유럽에서 나온 제품에 FDA 승인이 까다로운 경우가 있지만 지금 FDA의 아스트라제네카 승인 문제는 그런 문제가 전혀 아니며 백신의 임상시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세계 각국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잇따라 승인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보건당국은 이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긴급 사용을 승인한다고 밝혔다. 23일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독일 생명공학기업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백신 사용을 승인하고 전날 러시아 백신 ‘스푸트니크 V’ 접종을 개시한 데 이어 세 번째 카드를 손에 쥔 셈이다.

엘살바도르도 이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승인했다.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의 승인 결정을 근거로 했다. 멕시코 정부 역시 이같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승인을 환영하면서 멕시코에서도 승인이 임박했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의 승인이 나오면 검토하겠다는 인도까지 포함한다면 급속도로 접종 국가가 확대될 전망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2021년 백신 30억회(15억명) 접종 분량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한편 영국 보건 당국은 백신 접종 방법을 변경하면서까지 접종 속도전에 착수했다. 코로나19 백신은 통상 1회차 접종 후 3, 4주 뒤 2회차 접종을 해야 하지만 이 간격을 12주로 늘리겠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접종 방법 변경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뿐만 아니라 이미 접종을 개시한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백신에도 적용된다.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등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최고치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호막을 제공하겠다는 고육책으로 해석된다. 다만 1회 접종으로 얼마나 오래 효능이 지속되는지에 대한 데이터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김진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