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 길고양이 '숨숨집' 치우지 말아주세요" 라는 제목으로 보도(25일)한 애니청원에 포털사이트와 한국일보닷컴을 통해 공감해주신 분이 700명을 넘었습니다.
"길고양이도 함께 살아가는 생명이다", "도와주지는 않더라도 괴롭히지는 말자"라는 의견이 많았는데요, 반면 "중성화수술(TNR)이 먼저다", "돌봐주는 건 좋지만 다른 사람에게 피해는 주지 말아야 한다" 등의 의견도 있었습니다.
한국일보에 '으라차차 동물환자' 칼럼을 연재하면서 동물복지 얘기를 전하는 박정윤 올리브동물병원 수의사가 가장 많았던 댓글 내용을 중심으로 답해드립니다.
-숨숨집을 치우면 길고양이가 해당 지역에서 사라질까요.
"동네 고양이(길고양이)는 유기견이나 유기묘가 아니라 그 지역에 사는 동물입니다. 집을 없앨 경우, 고양이가 집을 사용하지는 못하겠지만 지역을 떠나지는 않습니다. 다른 곳에서 잠을 자겠죠. 우리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동네 고양이들과 함께 살고 있는데요, 기왕 함께 살 거면 고양이가 좀 더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게 낫다고 봅니다."
-숨숨집을 케어테이커(캣맘∙캣대디) 집 앞에 두는 것은 괜찮지만 왜 사유지나 공유지에 두느냐는 질문도 많았습니다.
"케어테이커가 돌보는 고양이의 주된 영역이 '하필' 다른 사람의 사유지나 공유지인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케어테이커도 고양이의 겨울집을 집 앞에 두면 제일 편할 겁니다. 고양이 안전을 수시로 확인할 수 있고 밥을 챙겨주는 것도 수월하겠죠. 하지만 고양이가 지내는 공간을 사람 마음대로 정할 수는 없습니다. 고양이 숨숨집은 말그대로 '은신처'입니다. 사람이 놓고 싶은 자리에 두고 고양이가 와서 사용하도록 하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길고양이가 그렇게 좋으면 데려다 키워라"라는 의견도 많이 볼 수 있었는데요, 실제 케어테이커가 길고양이를 데려다가 기른다면 해당 지역에서 길고양이가 사라질까요.
"동네 고양이는 유기동물이 아니라 도심 생태계의 한 구성원입니다. 해당 지역 케어테이커가 동네 고양이 몇 마리를 집에 데려가서 키운다고 동네에 사는 고양이 수가 줄어들거나 고양이로 인한 불편함이 해결되지 않아요. 다른 고양이가 또 올겁니다.
-길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있는데요, 케어테이커가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가장 충돌이 심한 부분은 밥을 준 주변이 지저분 한 것, 관리되지 않는 숨숨집을 설치한 것, 고양이 간 영역 싸움 때문에 생기는 울음소리 등입니다. 밥을 줄 때 밥그릇 관리와 주변정돈을 함께 해주면 좋겠습니다. 숨숨집도 눈에 띄지 않는 위치에 놓아 두는 게 좋겠죠. 또 영역표시를 위한 마킹으로 인한 냄새, 영역싸움으로 인한 소음은 중성화수술(TNR)을 통해 상당 부분 해결됩니다.
동네 고양이와의 공존은 쉽지 않습니다. 도움이 필요한 동물을 돌보는 게 좋은 일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걸 이해 받을 순 없습니다.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인정하고, 그 사람들과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