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리버리히어로(DHㆍ요기요 본사)의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본사) 인수는 허용한다. 대신 국내 서비스인 요기요는 팔아라.”
국내 배달 애플리케이션(배달앱) 시장 1, 2위 업체 간의 인수합병(M&A)을 심사하던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결합은 허용하되 국내서 운용하던 사업체는 6개월 내 매각하라는 '조건부 승인' 결정을 내놓았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 두 회사가 결합하면 사실상 독점 회사가 만들어지는 만큼 요기요를 매각하라는 것이다. DH는 공정위의 요구를 받아들여 내년 1분기 중 요기요를 매각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공정위는 28일 브리핑을 열고 DH가 요기요 운영사인 DH코리아를 6개월 이내에 매각하는 조건으로 두 회사의 기업결합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매각이 완료될 때까지 DH코리아의 가치를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단서도 함께 달았다. 공정위가 새로운 회사 인수를 위해 기존 주력 사업을 통째 매각하라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공정위는 기업결합을 심사하면서 관련 시장을 ‘배달앱’시장으로 한정했다. 음식 배달을 할 때는 전화 주문이나 음식점 홈페이지 주문 등의 방식이 있지만, 다른 주문 방식이 배달앱을 대체하기는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배달 시장에서 배달앱 비중은 2017년 17%에서 지난해 53%까지 높아졌다.
이 시장에서 우아한형제들(배민)과 DH(요기요, 배달통, 푸드플라이)가 결합하면 지난해 기준 99.2%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사실상의 독점 회사’가 된다고 봤다. 공정위가 ‘경쟁 제한 우려가 있다’고 판단하는 요건 △시장점유율 1위 △점유율 50% 이상 △2위 사업자와 격차 25%포인트 이상을 모두 충족한다.
공정위는 이미 배달앱 시장이 '배민-요기요' 중심으로 공고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판단했다. 과거 5년간 5%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한 경쟁앱도 없었고, 최근 등장한 쿠팡이츠도 두 회사의 대항마가 못 된다고 봤다. 쿠팡이츠의 ‘1주문 1배달’ 모델은 안정적으로 서비스 확장하기는 힘들 거란 이유다.
공정위는 두 회사의 경쟁이 사라지면 소비자 혜택은 줄어들고 음식점 수수료는 인상하는 등 배달앱을 이용하는 시장 참여자 모두 손해를 볼 수 있다고 봤다.
우선 소비자 대상 쿠폰 할인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 공정위는 점유율과 쿠폰 할인 간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배민-요기요가 각각 상대 업체보다 점유율이 높은 지역에서는 쿠폰 할인을 덜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음식점 유치를 위한 수수료 할인 경쟁이 위축되고, 입점 음식점에 대한 수수료 인상 우려도 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 분석 결과 수수료를 인상하더라도 음식점이 이탈할 확률이 1% 미만으로 극히 낮다는 점에서다. 음식점이 여러 앱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시장을 절대적으로 지배하는 배민-요기요 서비스를 쓰지 않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지난 4월 배민 수수료 체계 개편 논란도 공정위가 이러한 결정을 내리는 데 영향을 줬다. 배영수 공정위 시장구조개선정책관은 “배민의 수수료 개편 의도를 보면, 시장 지배력을 남용한 가격 인상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경쟁 제한성에 대한 우려가 큰데도 공정위가 조건부로 기업결합을 받아들인 것은, 두 회사가 주장한 기업결합 필요성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DH는 우아한형제들 인수를 추진하면서 “배민의 노하우를 이용해 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DH와 우아한형제들이 한 회사가 되더라도 시장점유율 20~30%로 추산되는 요기요를 매각할 경우에는 지금과 유사한 경쟁 수준이 유지될 것이라는 판단도 했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요기요 매각은 배달앱 플랫폼의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미치는 경쟁 제한성 우려는 해소하면서, 두 회사의 시너지는 발휘할 수 있도록 한 조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