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 해 잃어버린 것을 생각해보자

입력
2020.12.3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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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도시의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은 산업화였다. 도시로 인구가 몰리면서 공장에서 일을 하는 일꾼들이 모여들었다. 산업화는 전통적인 가계의 구도를 바꿔 놓았다. 1차 산업 중심의 가정은 모든 것을 자급자족에 가까운 형태로 해결했다. 교육은 부모가 담당했고 모든 가족이 함께 맡겨진 일을 하며 삶을 유지했었다. 하지만 도시화에 따른 산업화는 효율을 중요하게 여기며 보다 효과적으로 생산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가야 했다. 과거 집에서의 교육을 담당했던 부모는 일터로 나가는 대신 학교시설이 교육을 대신해서 맡도록 했다. 일의 방식도 분업이라는 보다 세분화되는 방식으로 바뀌어 나갔다. 가내 수공업 시절에 전 공정을 한 사람이 만들어 내던 방식을 보다 빠르고 효율적으로 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세분화되고 분업화되고 다시 위탁으로 대체되는 방식은 산업화와 함께 형성된 현대 도시를 발전시키는 모터와 같은 역할을 해 왔다.

효율성에 입각한 현대도시사회의 세분화 양상은 가속화되어 왔다. 거주공간을 관리하는 전문가가 등장하고 각 분야별로 이를 감당한다. 청소, 설비, 교육, 음식배달, 교통, 주차 그리고 각종 편의시설 등 삶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이 각각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내 삶의 주변 환경을 조직화하고 있다. 나는 그 조직화된 시스템도시의 어느 위치엔가 서 있는 것이다. 현대도시인의 삶은 이렇게 엄청난 밀도로 체계화된 구조 안에서의 삶이다. 그리고 그 구조 안에서 내 위치와 역할을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삶을 살고 있다. 집단 학습을 통해 차별화된 나의 능력을 사회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원하는 전문직에 속한 다음부터는 해당 분야에서 나의 역할에 합당한 보상을 받으며 살아간다. 가정을 이루고 행정과 도시가 제공하는 시스템과 제도에 익숙해지기 위해 정보에 민감하다. 현대도시의 이와 같은 시스템과 같은 유기적인 구조는 섬세한 신경세포처럼 자리하고 있다. 각각의 도시인은 그 구조 안의 역할을 감당하는 개체로 살아간다.

내 삶을 위해 직접 모든 것을 감당해야 했던 과거의 인간은 사라지고 내 삶을 위해 극히 부분적인 분야에 특화된 인간으로 인간의 형상이 바뀌었다. 그리고 앞으로의 도시화는 이러한 특별하고 아주 세분화된 인간을 계속적으로 요구하며 나아갈 것으로 예측된다. 이런 현상은 소수의 성공자와 다수의 실패자를 만드는 구도가 되기도 한다. 목적형 인간형을 사회가 추구함으로써 조직 안에서 인간은 어떠한 기능을 가졌는가의 가치로 평가되고 만다. 이러한 전문화 세분화된 도시체계는 각각의 역할에 대한 분쟁을 일으키는 데 익숙하고 용이하다. 나는 내가 맡은 부분을 잘 하고 있는데 너는 왜 제대로 못하냐는 평가가 그것이다. 세분화된 위탁사회는 그렇다. 관리비를 냈는데 왜 관리가 제대로 안되는가? 비싼 교육비를 냈는데 왜 아이 성적이 안 나오나? 그뿐인가. 내가 열심히 일해 세금을 내는데 국가는 왜 제대로 나를 위해 작동을 안 하는가? 항의하며 내가 지불한 대가가 가치로 환원돼야 마땅하기에 평가하고 분쟁하기에 거침이 없다.

그동안의 목적형 삶의 성과 이면에 잃어버린 것들은 없었던가 돌아보는 신년이 되길 희망한다. 분쟁과 갈등보다는 도울 수 있는 것들을 나누며 상생하고 소통되는 2021년을 기대해 본다.


김대석 건축출판사 상상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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