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세 박모씨는 직장에서 매년 실시하는 건강검진 때마다 이상지질혈증과 지방간이 있고 혈당이 높다고 판정을 받고 있다. 키와 체중으로 따져보면 전혀 비만이 아니다. 비만도 아닌데 비만인 사람에게 나타난다는 여러 가지 만성질환이 나타나고 보니 어찌해야 할지 고민이다.
진료를 하다 보면 명백히 비만에 해당하는데도 검사상 대사 이상이 전혀 없는 ‘대사적으로 건강한 비만’ 환자를 종종 만나게 된다. 이와 반대로 정상 체중인데도 비만일 때 나타나는 당뇨병ㆍ이상지질혈증ㆍ지방간ㆍ고혈압 등의 대사 이상이 있는 환자도 가끔 만나게 된다. 이런 유형을 ‘정상 체중의 대사성 비만’이라고 한다. 심혈관 질환 발생과 사망률이 높지만 정상 체중이므로 외래에서 식사 조절과 운동을 권고받을 기회가 적고 대사 질환의 진단과 치료가 늦어질 가능성이 크다.
‘정상 체중의 대사성 비만’은 나이ㆍ성별ㆍ인종에 따라 다르지만 5~45%의 유병률을 보인다. 이러한 유형의 비만은 체지방 총량이 문제가 아니라 체지방이 분포된 위치가 문제다. 다시 말해 체지방이 피하지방으로 축적되기보다 더 위험한 내장지방으로 쌓이는 것이 대사 이상을 일으키는 것이다.
‘정상 체중의 대사성 비만’은 제2형 당뇨병 발생 위험을 4.5~8.5배 높이고, ‘대사적으로 건강한 정상 체중’은 물론, ‘대사적으로 건강한 비만’에 비해서도 심혈관 질환과 대사 질환 발생 위험이 높다.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받은 2만여명을 대상으로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정상 체중의 대사성 비만’ 여성은 ‘대사적으로 건강한 비만’ 여성보다 뇌졸중 발생 위험이 2배 이상 높았다.
또한 다른 연구에 따르면 한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 사이에서는 새로 진단받은 제2형 당뇨병 환자의 40% 정도가 ‘정상 체중의 대사성 비만’이어서 심각한 심혈관 질환이나 대사 질환이 발생할 때까지 진단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체중이 정상인데도 내장 지방이 많은 경우에 심혈관 질환과 대사 질환의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사 이상을 일으키는 위험이 낮은 피하지방과는 달리 내장 지방은 체내 염증을 유발하고 혈관의 동맥경화를 일으키며 체내 인슐린 작용을 방해하는 단백질과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이다. 또한 ‘정상 체중의 대사성 비만’ 환자는 근육량이 적을 때가 많은데, 근육량이 적으면 체내 인슐린 기능을 방해하고 이상지질혈증 발생 위험을 높여 심혈관 질환과 대사 질환의 발생 위험을 높이게 된다.
내장 지방량을 측정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은 체지방 컴퓨터단층촬영(CT)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허리둘레 측정으로 내장 지방의 과잉 여부를 간접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 한국인의 경우 남성은 허리둘레가 90㎝ 이상, 여성은 85㎝ 이상이면 복부 비만으로 판정할 수 있다, 키와 체중으로 판단한 비만도는 정상에 해당하더라도 허리둘레 측정으로 복부 비만에 해당하면 ‘대사적으로 건강한 정상 체중’일 가능성이 높다. 이럴 때 혈압ㆍ혈당ㆍ지질 검사를 시행해 대사 이상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정상 체중의 대사성 비만’ 환자는 제2형 당뇨병ㆍ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 뇌경색 등 심각한 질환이 불가피한가? 아니다. 오히려 이를 건강 위험신호로 받아들이고 식습관을 개선하고 신체 활동량을 늘린다면 건강 위험을 낮출 수 있다. 달리기ㆍ수영ㆍ자전거 타기 등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병행하면서, 식사를 거르지 않고 단백질 섭취를 늘리도록 식단 개선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