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럴 대신 울려퍼진 성탄절 확산 경보...거리두기 3단계 시행 고비

입력
2020.12.25 17:50
대구 교회 10곳 정도 비대면 예배 수칙 어겨
전국 교회서 확진자 증가세...일부 교회 신자 등 고발
구치소 훈련소 육류가공업체 요양병원 식료품·식당  동물병원 지인모임 등서 전국서 집단감염

성탄절 전국에 울려 퍼진 것은 캐럴이 아닌 교회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경보였다.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마다 교회발 확산세를 꺾기 위해 대면 예배를 금지하는 등 강도 높은 방역대책을 쏟아냈지만, 3차 대유행 확산 저지의 중대 고비가 되고 있다. 크리스마스 연휴와 연말연시 분위기에 편승한 일탈 탓이다.

25일 대구시에 따르면 이날 대구 시내 10개가량의 교회에서 비대면 예배 수칙을 지키지 않았다. 대구시 관계자는 “이들 교회에서는 비대면 방송 등을 위한 인력이 20명을 초과했거나 수 십명이 대면예배를 했고, 마스크 착용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대구 시내 전체 교회 수(1,574개)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전국에 5인 이상 모임 금지 또는 금지 권고가 내려진 사태의 심각성이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묻혔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다수 교회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성탄절 예배를 했고, 충남 천안 하늘샘교회는 주차장에서 라디오 주파수를 맞춰 소리를 듣는 방식으로 성탄절 예배를 하기도 했다.

교회발 확산세는 현재 '적색 경보' 수준이다. 대구경북에서는 이날 0시 현재 90명의 코로나19 확진자 중 대구 광진중앙교회 4명, 영신교회 6명, 경북 구미 송정교회 13명, 경주 성광교회 9명, 영주교회 7명, 경산 1명 등 교회 관련 확진자가 꼬리를 물고 있다.

대구의 경우 이달 초부터 지금까지 영신교회 71명, 광진교회 51명, 새비전교회 37명, 신일교회 20명 등 교회가 코로나19 확산의 진원지가 되고 있다. 광진교회는 세계적 대유행 상황에 선교사를 해외로 파견하려다 양성 판정 사실을 확인했고, 영신교회는 식사와 찬양 시 마스크 미착용 등 방역지침을 어긴 정황도 포착됐다. 안일한 상황 인식의 한 단면이다.

대전의 한 교회에서도 21일부터 이날까지 목사와 신자 18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방역당국은 경북 상주 소재 선교단체인 BTJ열방센터를 다녀오고도 역학조사를 거부한 신자 1명을 감염병관리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고, 지난 20일 예배 후 신자들과 점심을 먹은 교회 대표 등도 고발키로 했다. 방역 당국이 강력 권고 형식으로 금지한 것들이 무시되면서 일어났다.

충남 천안에서는 이날 확진된 14명 중 8명이 교회 전도사로 알려졌다. 또 당진에서는 나음교회 신자 31명 등 40명이 지난 13일 무더기로 확진 판정을 받아 15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격상됐지만, 충남지역 종교 관련 확진자는 165명으로 늘어났다. 광주 광산구의 한 교회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이틀 사이에 13명이 발생했다. 방역당국은 신자 500여명에 대한 전수조사 하는 한편 이 교회를 폐쇄하고 내년 1월 6일까지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내렸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성탄절과 새해를 고비로 확산세를 꺾지 못하면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확산하고 있는 코로나19가 통제불능 상태가 될 수 있다"며 "교회 스스로 확산을 막기 위해 방역에 앞장서 달라"고 당부했다.


대구= 전준호 기자
천안= 이준호 기자
대전=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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