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알고 있는지 5명 이상은 거의 안 오던데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수도권에서 5명 이상 모임이 금지된 첫날인 23일 서울시내 주요 상가는 비교적 차분했다. 이틀 전 갑작스럽게 발표됐음에도, 시민들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방침을 잘 준수해 큰 혼란은 없었다.
관공서와 기업들이 밀집한 광화문과 시청, 서초동 일대 거리에서도 두세 명씩 다니는 직장인들이 보였을 뿐, 5명 이상 몰려다니며 식당으로 향하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서울 종로구 청진동의 한 해장국집은 안내 차원에서 가게 문 앞에 '서울시 행정명령에 따라 12월 23일~1월 3일까지 5인 이상 모임을 금지한다'고 써붙였다. 직원 김모(60)씨는 "5명 이상 오게 되면 2층과 3층에 나눠서 손님을 받으려고 한다"며 "회식과 같은 단체 예약문의는 아직까진 없다"고 말했다.
평소 단체예약이 많은 광화문 인근의 한 일식집도 사정은 비슷했다. 직원 박모(32)씨는 "집합금지를 워낙 대대적으로 알리다보니 사람들이 알아서 적은 인원으로 예약을 하는 것 같다. 5명 이상 식당을 찾아온 경우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시민들도 큰 불만 없이 집합금지에 동참했다. 직장인 이모(36)씨는 "예전 같으면 직장 동료 여러 명이 점심을 함께 먹었을 텐데 오늘은 인원을 쪼개서 3명만 나왔다"고 말했고, 직장인 서모(27)씨도 "불편해도 어쩌겠나. 일행과도 자발적으로 떨어져 앉아 식사를 했다. 한국 사람들이 정부에서 시키는대로 잘 따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음식점에선 집합금지 행정명령의 여파로 손님이 크게 줄어들자 울상을 짓기도 했다. 서초동에 있는 한 분식집은 전날까지만 해도 인근 직장인들로 만석이었지만, 이날은 점심시간인데도 가게 안이 썰렁했다. 직원 황신금(54)씨는 "이 시간이면 주방과 홀이 숨도 못 쉴 정도로 바빠야 하는데, 오늘은 손님이 3분의 1 수준인 것 같다"과 하소연했다.
이날 0시부터 5명 이상의 사적 모임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이 수도권에서 시행되면서 음식점에선 팀당 최대 4명까지만 손님을 받을 수 있다. 5명 이상 예약을 받거나 2인과 3인 식으로 일행을 쪼개 앉히는 것도 지침 위반에 해당한다. 이럴 경우 운영자에는 300만원이하, 이용자에게는 1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러나 일부 음식점에선 지침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해 단체손님을 들이기도 했다. 태평로의 한 중식집에서 식사를 하고 나온 심모(25)씨는 "직장 동료 10명이서 먹었는데, 5명씩 테이블에 나눠 앉아서 먹었다"며 "집합금지인 줄 몰랐는데, 음식점에서도 몰랐던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중식집에 11명 단체 예약이 가능하냐고 묻자 "11명이면 5명, 4명, 2명으로 나눠 앉으면 된다"고 답했다.
인근의 한 낙지전문점에서도 "5명이 오면 한 칸을 띄우고 2명, 3명씩 쪼개 앉힌다"고 말했고, 서초동의 굴요리 전문점도 함께 앉으려는 5명 이상의 일행에게 "쪼개서 앉아야 한다"고 안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