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료 내년 10% 이상 오를 듯

입력
2020.12.23 16:10
19면
금융위, 보험업계에 '의견' 제시
구실손 15~17%, 표준화 10~12%씩
신실손(착한실손)은 동결 전망


내년 실손의료보험 가격이 10% 넘게 오를 전망이다. 보험업계가 주장해 온 인상률(20% 이상)의 절반 수준이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전날 실손보험료 인상률에 대한 의견을 보험사들에 비공식적으로 전달했다. 실손보험 상품은 가입 시기에 따라 세 가지로 나뉜다. 2009년 10월 이전에 팔린 구(舊)실손, 2017년 3월까지 판매된 표준화실손, 2017년 4월 도입된 신(新)실손(일명 '착한실손') 등이다. 금융위는 구실손은 업계가 요구한 인상률의 80%, 표준화실손은 60% 수준을 반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신실손보험은 보험료를 동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대로라면 구실손보험은 15~17%, 표준화 실손보험은 10~12% 인상률로 보험료가 오르게 된다. 실손보험 전체로 보면 평균 10~11% 정도의 인상률인데, 이는 애초 보험업계가 요구한 평균 인상률(21%)의 절반 수준이다.

물론 보험료 인상률은 원칙적으로 업계가 자율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다. 하지만 매년 금융위가 의견 표명을 통해 사실상 인상률 지침을 내려왔다. 지난해에도 보험업계는 구실손· 표준화실손에 대해 두 자릿수 보험료 인상을 추진했지만, 당국의 반대에 9%대 인상에 그쳤다.

보험업계는 실손보험의 위험손해율이 130%를 웃돌아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만큼 보험료를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위험손해율이란 고객이 지불하는 보험료 대비 보험사가 지급하는 보험금 비율을 의미한다. 위험손해율이 130%라면 보험료 1만원을 받아 보험금으로 1만3,000원을 내주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실손보험 가입자가 3,400만명(단체 계약자 제외)에 이르는 등 사실상 '국민보험' 성격을 지닌 만큼 보험료가 급격히 오르는 데 부정적 입장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 14일 기자간담회에서 "실손보험의 공공적 성격을 감안해 업계가 합리적인 수준에서 보험료를 결정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해 업계의 20% 인상 요구에 사실상 제동을 걸기도 했다.

이에 보험업계 관계자는 "10%대 인상으론 내년에도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할 전망"이라며 "보험사들로선 금융당국 의견을 사실상 따를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다만 보험사마다 가입자 수와 손해율 수준 등이 달라 실제 인상률이 결정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조아름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