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방한한 인니 장관 급거 귀국 이유는?..."코로나 확진"

입력
2020.12.23 18:00
16일 입국 애를랑가 경제조정부 장관, 2주 전 양성 판정
지난달 말 한국 의원들 면담도 "직원 확진"으로 취소
한국대사관 "한국 입국 전 현지 검사에선 음성"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한국을 방문한 인도네시아 장관 4명 중 일부가 갑작스럽게 일정을 취소하고 귀국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23일 한국일보 취재 결과, 16일 오전 한국에 입국한 애를랑가(아이르랑가) 하르타르토 경제조정부 장관은 약 보름 전 인도네시아에서 이뤄진 코로나19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를 감안하면 한국 도착 직후 진행된 검사에서도 양성 판정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애를랑가 장관과 수행단은 다음날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오전 비행기로 귀국했다. 함께 돌아온 아구스 구미왕 산업부 장관의 확진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인도네시아 경제조정부 고위 간부는 '애를랑가 장관이 돌연 귀국한 이유가 뭐냐'는 18일 본보의 질문에 "(애를랑가) 장관은 건강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아 보인다. 왜냐하면 2주 전에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며칠 뒤 '한국 정부나 기업에 서운한 점이 있어서 돌아온 것은 아니냐'고 재차 묻자 이 간부는 "그건 잘 모르겠지만 장관은 본인이 서명할 부분은 미리 해놓고, 몸이 아파서 돌아왔다고 들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현재 장관은 몸이 안 좋은 상태에서 집무를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애를랑가 장관은 인도네시아를 방문한 김상희 국회부의장 등 우리나라 국회의원 6명을 지난달 23일 면담하기로 했다가 일정을 취소한 바 있다. 당시엔 "경제조정부 장관실 내 직원 중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했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런 정황들을 감안하면 애를랑가 장관은 직원과의 접촉 때문에 검사를 했고 이후 양성 판정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경제조정 장관은 인도네시아에서 경제 정책 전반을 총괄 조정해 '장관 중의 장관'으로 불린다.

이에 대해 인도네시아 주재 한국 대사관 관계자는 "애를랑가 장관이 한국으로 가기 전 현지에서 이뤄진 코로나19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입국엔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해당 현지 관계자는 본보의 재차 확인에도 "2주 전 걸린 건 맞다, 이후 음성이 나온 건지는 모르겠으나 무리를 해서 건강 상태가 나빠진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방한한 다른 장관 2명은 18일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최종 서명, LG에너지솔루션과 양해각서(MOU) 체결 등 예정된 일정을 소화했다.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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