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보다 짧고 논문보다 쉬운 SNS 시대 인문학’을 표방하며 2020년 벽두에 창간된 '한편'은 여러모로 참신하다. 우선 한손에 잡히는 4×6판의 아담한 사이즈에 200쪽의 가벼운 볼륨은 앉은 자리에서 책에 수록된 열 편의 글을 내처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만만함으로 다가온다. 서체와 판면 구성에서 보여지는 경쾌하고 가독성 높은 편집은 스낵컬처 시대, 영상과 경쟁해야 하는 편집자의 고민이 반영되어 있다. 청년세대를 겨냥해 20,30대 젊은 편집자들이 편집위원이 돼 주제 선정에서부터 청탁까지를 책임지는 생산구조는 학계의 전문가들로 이루어졌던 기존의 방식을 벗어났다는 점에서 권위 파괴적이다. 1년에 세 번 기간을 정해 발행한다는 점, 한 호의 주제를 한 가지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잡지와 단행본이 융합된 형태이기도 하다.
모든 면에서 기존에 없던 형식을 갖춘 '한편'의 첫 호가 ‘세대’를 표방하고 나온 것은 자연스럽다. 최근 몇 년 동안 우리는 청년세대, 밀레니얼세대, 페미니즘세대, 탈코르셋 세대 등 온갖 명칭으로 20,30대를 호명하고 있는 현장을 뜨겁게 목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교수부터 NGO 활동가에 이르기까지 '한편'에 글을 실은 열 명의 필자들은 지금 가장 핫한 이슈인 ‘세대’에 대해 다양한 관점을 보여주고 있다.
단행본이 갖춰야 할 완성도를 충분히 갖췄는지, 열 편 원고의 수준이 균질한지 등에 대한 이견은 있었지만, 심사위원들은 '한편' 기획의 참신성과 편집자 주도형 기획에 높은 점수를 주었다. 지금의 혁신성을 앞으로도 일관되게 밀고 나가길 기대하는 선배 편집자들의 격려 또한 보태졌음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