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여객기' 평양 떠나 원산행?... 금강산 관광 추진과 연관 있나

입력
2020.12.22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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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8분간 평양-원산 항로 이동 
김 위원장 탑승 여부는 확인되지 않아
원산 공항, 금강산·마식령 스키장과 인접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국내 시찰에 사용된 적이 있는 고려항공 여객기가 평양을 떠나 북한 동해안 방향으로 비행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북한 영공에서 민항기가 뜬 것은 이례적이다.

22일 항공기 추적 사이트 플라이트레이더24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5분(한국시간) 현재 고려항공 소속 러시아 안토노프 An-148기(기체등록번호 P-671)가 평양 순안공항을 떠나 동해안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다. 도착 공항은 아직 알려지지 않은 상태지만 항공기의 최종 항적은 원산을 향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항공기는 이후 8분여간 신호가 잡혔지만 이후 위치신호가 끊겼다. 김 위원장 탑승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김 위원장 특별기가 원산으로 향한 것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는 북한이 돌연 꺼내 든 금강산 관광 독자 개발 카드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일 김덕훈 내각 총리가 금강산 관광지구를 시찰하고 이곳을 ‘우리 식으로’ 개발할 것을 강조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원산 갈마비행장은 금강산은 물론 김 위원장이 중점 과업으로 삼은 마식령 스키장과도 인접해 있다.

한편 코로나19 확산 이후 북한 상공에서 민항기가 비행한 것은 공식적으로 올해 3월 9일 외교관 수송을 위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를 오간 것이 마지막이다. 다만 P-671기는 이후에도 레이더에 포착된 적이 있다. 6월 17일 해당 항공기는 평양을 떠나 함경북도 요덕군을 거쳐 함흥 방향으로 기수를 둔 것까진 확인됐으나 이후 북한의 특이 동향은 없었다. 김 위원장의 탑승 여부도 불분명했다.

P-671은 김 위원장이 국내 시찰을 할 때 전용기로 사용한 적이 있다. 2013년 고려항공이 도입했는데,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듬해 공개한 다큐멘터리에서 김 위원장이 해당 항공기 조종간을 잡고 있는 장면을 방영했다. 또 지난해 4월 북러 정상회담 직전에는 평양-블라디보스토크 구간을 운항한 항적도 잡힌 바 있다.

김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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