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2003년 세종대 교수로 재직할 당시에 발표한 본인의 논문 3개의 내용을 중복 게재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2003년 6월 다른 학회에 따로따로 낸 두 개의 논문이 여러 페이지에 걸쳐 비슷한 내용을 이중 게재했다. 6개월 뒤에 낸 또 다른 논문에는 앞서 낸 논문의 일부를 그대로 가져다 썼다. 이 3개의 논문은 모두 변 후보자가 세종대 교수로 채용된 해에 나왔다.
22일 한국일보가 변 후보자가 2003년에 발표한 논문 세 개를 분석한 결과, 2003년 6월 한국공간환경학회의 공간과 사회 19호에 실린 ①'신행정수도 건설을 둘러싼 논의의 쟁점과 향후 과제' 논문과 같은 시기 한국지역사회발전학회의 지역사회 개발 연구 28권 1호에 실린 ②'지역균형발전 전략으로서 신행정 수도 건설 논쟁의 평가' 내용 중 약 다섯 페이지가 겹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시기에 발표한 ①신행정수도 건설 관련 논문은 총 26페이지, ②지역균형발전 전략 관련 논문은 총 20페이지로, 논문 전체 분량의 각각 20%, 25%를 새로운 내용이 아닌 자기 논문 내용으로 돌려막기를 한 셈이다.
신행정수도 논문 56·57페이지와 지역균형발전 논문 181·182페이지는 문단 구조와 문장이 매우 흡사하다. 신행정수도 논문 해당 페이지의 각 단락 첫 문장은 지역균형발전 논문 해당 페이지 각 단락의 첫 문장과 일치했다.
또 신행정수도 논문 52페이지 내용 중 일부분은 지역균형발전 논문 183페이지의 내용이 비슷했다. 외국의 행정수도 사례를 정리한 내용으로, 표현 상당 수가 겹쳤다. 이밖에 신행정수도 논문 60페이지 맺음말과 지역균형발전 논문 190페이지 마무리 부분 중 한 단락이 상당히 비슷했다.
변 후보자는 두 논문에 똑같은 내용의 표를 그대로 실었다. 신행정수도 논문 56페이지에 '표3 신행정수도의 쟁점별 추진방안 비교'는 지역균형발전 논문 181페이지에서 '표2'로 등장한다. 신행정수도 논문 표 행정수도형-입지란에 독립 신도시를 추가한 것을 제외하면 두 표의 내용은 거의 비슷하다.
6개월 뒤인 2003년 12월 한국공간환경학회의 공간과 사회 20호에 실린 ③'국가균형발전 전략을 위한 수도권 정책의 과제' 논문 중 두 페이지는 6개월 전에 낸 ②지역균형발전 논문에 나온 내용을 고스란히 옮겨 썼다고 볼 수 있다. 국가균형발전 논문은 25페이지 분량이다.
국가균형발전 논문 15·16 페이지에는 13문장이 나오는데, 한두 단어만 빼면 지역균형발전 논문 178페이지 내용과 똑같다. 1984년 수도권정비계획법 수립에 따라 권역별 규제가 시작됐다는 첫 번째 단락부터 수도권 인구 집중 유발시설인 대학에 대한 평가를 담은 두 번째 단락, 1994년 공장총량제 도입 이후 내용을 담은 세 번째 단락, 간접 규제 수단이 일반화됐다는 내용의 네 번째 단락까지 모두 일치한다.
다만 변 후보자는 ③국가균형발전 논문을 발표하며 6개월 전에 낸 ②지역균형발전 논문을 참고했다고 참고 문헌 목록에 적었다. 그러나 본문에는 해당 논문의 몇 페이지를 인용했다는 각주를 달지 않았다.
변 후보자는 이를 포함해 세 논문 모두 자기 논문에 대한 인용 표시를 표기하지 않았다.
변 후보자가 논문을 낸 이후지만, 2008년 교육부가 발표한 논문 표절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여섯 단어 이상 표현이 일치하면 표절로 간주된다. 같은 해 서울대가 제정한 연구윤리 지침에 따르면 자신의 연구 성과를 최소 한 단락 이상, 또는 5개 이상의 문장을 연속적으로 재사용하는 경우 정확한 출처와 인용 표시를 해야 한다.
변 후보자는 2003년 2월까지 서울시정개발연구원에서 활동하다 같은 해 3월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로 채용됐다. 시정개발연구원에서는 2000년 3월부터 부연구위원과 DMC지원연구팀장을 지냈다. 2018년에는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장을 역임했다.
변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 측은 이에 대해 "(변 후보자가 2003년에 논문을 실은) 공간과 사회는 2010년에 등록 학술지가 됐고, 지역사회개발연구는 아직 학술지 등록이 되지 않았다"며 "대학에서 평가할 때 모든 논문을 집계하는 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변 후보자가 논문을 쓴) 당시에는 자기 표절에 대한 연구 윤리 기준이 명확하지 않았다"며 "인용 표시를 제대로 했어야 했지만 미처 다 하지 못했고, 소홀히 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