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룰'이 승자를 결정한다... 野·안철수 3개월 혈투 개막

입력
2020.12.2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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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야권 단일후보가 되겠다”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선언에 국민의힘 지도부는 21일 이틀째 반응하지 않았다. 보수의 '험지'인 서울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1대 1로 붙으면 승리를 확언할 수 없다는 게 그간 국민의힘 기류였다. '안철수'라는 흥행 카드의 용법을 고민할 뿐, 안 대표의 등장을 아예 못마땅해하진 않는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안 대표를 무시하는 건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략에 가깝다.


'게임의 룰'이 승자를 결정한다

야권 단일 후보 선출 시나리오는 ①안 대표의 국민의힘 입당 후 당내 경선 참여 ②당원 아닌 일반 국민이 후보를 결정하는 열린 경선 ③국민의힘 후보와의 1대1 단일화 등 크게 세 가지다. 시나리오마다 안 대표와 국민의힘의 유불리가 엇갈려 '게임의 룰'을 정하는 것부터 험로를 예고한다.

국민의힘이 바라는 최선의 방식은 ①이다. "안 대표가 서울시장에 관심이 있다면 국민의힘에 입당해 경쟁해야 한다"는 게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지론이다. 당내 서울시장 예비 주자들도 같은 메시지를 내고 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안 대표 출마선언 직후 “국민의 힘을 중심으로 한 내년도 보선과 내후년 대선 승리"를 말했다.

하지만 안 대표에겐 '어웨이 게임'이나 마찬가지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21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안 대표 입장에서 좋은 선택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서울시장 후보 경선의 여론조사 반영 비율을 80%로 높였지만, 안 대표에겐 나머지 책임 당원 20% 비율이 상당한 부담이다.

안 대표가 내심 원하는 건 국민의힘 후보와 안 대표 등 야권 후보가 단일화를 시도하는 ③의 시나리오인 것으로 전해진다. 2011년 서울시장 보선에서 박영선 민주당 후보와 박원순 시민 후보도 같은 방식으로 단일화했다. 단일화 과정에서 당원 투표가 배제되기 때문에 대중 인지도가 높은 안 대표에게 유리하다. 흥행을 일으키기에도 최적이다. 다만 '반(反) 문재인' 말고는 단일화 명분이 딱히 없어 '야권 야합'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안 대표의 출마를 반기는 국민의힘 초선 그룹에서도 1대 1 단일화 방식엔 대체로 고개를 젓는다. 한 수도권 초선 의원은 “제1 야당의 1등과 안 대표가 결승전을 하는 건 사실상 부전승 혜택을 주는 게 아니냐"고 했다. 국민의힘 지도부 생각도 다를리 없다.


이에 현실적 절충안으로 거론되는 것이 시나리오 ②다. 판을 크게 깔고 야권 주자들이 서바이벌의 경쟁을 하게 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결단이 필요한 문제다. 김 위원장 주변에선 ‘어떤 후보가 됐든 당 간판을 걸고 나가야 한다는 게 김 위원장의 신념’이라는 말이 나온다. 또 다른 변수는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의 행보다. 국민의힘이 금 전 의원에 대한 호감을 보이고 있는 만큼, 금 전 의원이 안 대표처럼 입당에 부담을 느낀다면 열린 경선에 힘이 실릴 가능성도 있다.

정진석 공관위원장 “우리 스케줄대로”

국민의힘은 자체 후보 선발을 위한 공천 룰 결정 작업부터 시작했다. 정진석 공천관리위원장은 이날 통화에서 “안 대표가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 것도 아니고, 우리는 우리 스케줄 대로 가면 된다”며 “좋은 국민의힘 후보를 선정하는 책무를 잘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 측도 세부적인 시나리오를 국민의힘과 논의하는 단계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서울시장 보선 후보등록일은 내년 3월 18, 19일이다. 보수 단일후보를 차지하기 위한 3개월의 혈투가 이제 막 시작된 셈이다.

김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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