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의 '답정너'식 후쿠시마 오염수 대책

입력
2020.12.2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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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과 10월 취재차 후쿠시마현청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현청 공무원에게 후쿠시마 제1 원전 오염수 처분 방식이 언제 결정될지, '풍평피해'(소문에 따른 피해) 대책은 무엇인지 등을 물었다. 9개월새 담당자는 바뀌었지만 "정부의 최종 결정 후 검토하겠다"는 답변은 똑같았다. 주민을 위한 대책보다 정부의 심기 관리가 먼저라는 인상을 받았다.

당시 기억을 불러낸 것은 2020년도 3차 추가경정예산안에 풍평피해 대책을 위해 5억엔(약 53억원)이 책정됐다는 소식이었다. 폭발 사고가 발생한 후쿠시마 제1 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 결정을 앞둔 일본 정부가 안전성 홍보 예산을 별도로 책정한 건 처음이다. 오염수의 안전성을 우려하며 해양 방류를 반대하는 지역 주민들과 한국, 중국 등 주변국을 상대로 한 홍보 강화가 대책이었던 셈이다.

일본 정부는 그간 대내외에 오염수에 포함된 트리튬(삼중수소) 등 방사능 물질의 농도를 기준치 이하로 낮춰 방류하겠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지난 2월 해양 방류를 사실상 결정한 정부 보고서 이후 4~7월 모집한 국민 의견 4,011건 중 안전성을 우려하는 내용은 2,700여건이었다. 정부 방침이 국민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지난 10월 후쿠시마현에서 만난 주민들의 반응도 다르지 않았다. '해양 방류'라는 답을 정해두고서 주민들의 이해만 강요하는 정부의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식 태도에 불만이 컸다. 가장 간편하고 싼 방법이란 경제 논리보다 사고 후 9년이 넘도록 일상으로 되돌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경청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시간을 두고 더 나은 대안을 고민해 보자는 것이었다.

현재로선 이들의 바람은 메아리 없는 외침이 될 공산이 크다. 일본 정부가 지역주민의 의견에 귀 기울이지 않은 채 홍보를 통해 자국 여론과 주변국의 이해를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그럼에도 후쿠시마현 공무원들은 배제된 주민들의 마음을 살피기 보다 정부 예산에 맞춰 홍보 아이디어를 짜내며 연말연시를 보낼지도 모를 일이다.

도쿄= 김회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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