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단일후보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서겠다"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를 바라보는 국민의힘의 시선은 복잡하다. '중도 브랜드'와 '인지도'를 갖춘 안 대표는 흥행 카드이지만, 국민의힘이 바라는 건 딱 거기까지다. 보수 야권 후보를 안 대표에 내주는 것도, 안 대표와 후보 단일화가 불발돼 보수 표심이 분열하는 것도, 국민의힘엔 최악의 시나리오다.
국민의힘은 20일 안 대표의 출마 선언에 반응하지 않았다. 당 지도부 인사들에겐 안 대표 출마와 관련해 "일절 언급하지 말자"는 메시지가 공유됐다. 그만큼 속내가 복잡하다는 뜻이다.
그 중심엔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있다. 김 위원장과 안 대표는 2010년 전후에 잠시 정치적 멘토ㆍ멘티 관계 였지만, 이내 멀어졌다. '서로 인간적 신의를 완전히 잃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안 대표가 얼마 전 차기 대선과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야권 연대'를 주장하자 김 위원장이 "야권 연대를 할 게 뭐 있나"라고 곧바로 일축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도 온라인 비대위 회의에서 '안 대표는 후보 중 한명이니 우리는 우리 것을 잘 하면 된다'며 안 대표의 등장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비대위 관계자는 "안 대표가 야권 단일화 화두를 던진 걸 두고 마치 국민의힘이 응답을 해야하는 것처럼 분위기가 흘러가고 있는데 거기에 반응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었다"고 설명했다.
안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로 등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국민의힘 일부에서 오르내릴 때도, 김 위원장은 안 대표를 '모셔 오는' 것이 아니라 김 위원장이 펼친 국민의힘 경선 판에 안 대표가 '뛰어드는' 상황을 바랐다. 안 대표는 20일 "열린 마음으로 이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겠다"며 국민의힘 입당 가능성을 열어 뒀지만, 진심이 아닐 거라고 김 위원장 측은 보고 있다.
안 대표라는 '꼬리'가 국민의힘이라는 '몸통'을 흔드는 것도 국민의힘이 우려하는 시나리오다. 안 대표의 정치 이력상, 그가 국민의힘에 녹아들 가능성은 희박하다. 안 대표가 야권 단일 후보가 된다면, 국민의힘은 '서울시장 선거에 후보도 못 내는 제1 야당'이 된다는 얘기다.
국민의힘이 안 대표에 기대하는 건 일단 '불쏘시개' 역할이다.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안 대표의 등장으로 선거 판이 살아난 측면은 있다"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도 "아무래도 흥행은 될 거고, 열기가 고조되는 효과는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