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예수교회는 올 초 전 국민의 ‘공공의 적’이었다. 31번 확진자를 시작으로 대구에서만 4,200여명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4월 2일 12세 초등학생을 마지막으로 9개월 가까이 교회발 감염 건수는 전무하다. 신천지 측이 확진자 발생 직후 지금까지 교회를 폐쇄하고 대면접촉도 금지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방역의 '교과서'가 되고 있다.
2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날 0시 현재 대구지역 확진자는 신규 21명을 포함해 총 7,518명이다. 이날 오전에는 대구 동구 광진중앙교회에서 28명의 신자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는 등 이달 중순부터 달성군 영신교회 61명, 중구 새비전교회 36명, 남구 신일장로교회 19명 등 대구지역 4개 교회에서만 144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대구지역 확진자 중 신천지 신자는 4,266명이다. 교육생을 신자에서 제외한 신천지 통계로는 4,202명이다. 이 통계는 12세 초등학생 신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4월 2일 통계 그대로다. 이후에 확진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는 뜻이다.
신천지 대구교회는 2월 18일 첫 확진자 발생과 함께 대구 남구의 교회와 관련 건물을 스스로 폐쇄했다. 매주 두 차례(수요일과 일요일) 예배와 금요기도회, 성경공부는 금지했고, 반찬나눔, 정화활동, 재능기부, 체육대회 등 행사도 모두 중단시켰다. 모임은 전화와 문자, 영상 등 비대면 온라인으로 전환했다.
교회 측은 명절이나 가족행사 때에도 지역간 이동을 금지하고, 자체 방역지침을 어길 시 예배 출석을 금하겠다는 초강수를 뒀다. 가족 단위로 무증상 감염까지 번졌던 코로나19는 한 달을 넘긴 후에야 신천지를 놔줬다.
신천지는 7, 9, 11월 3차례 치료제 개발을 위한 혈장공여 행사도 펼쳐 3,741명이 혈장을 제공했다. 2월24일 확진 판정을 받은 30대 여성은 올 초부터 개인적으로 안산 고려대병원과 아주대병원, 대구 행사 등에서 모두 7차례 혈장을 기부하기도 했다.
한 신천지 신자는 "신천지도 코로나19 피해자라는 사실을 한 번쯤 생각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대구시내에서 만난 한 시민도 "올 초에는 신천지라는 말만 들어도 화가 치밀었지만, 이후 다른 종교단체들의 허술한 코로나 대응법을 보면서 냉정하게 판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