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 백신만이라도 내년 2,3월 국내 도입이 확실할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가운데 한국이 유일하게 도입 계약을 맺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과 관련해 계약서에 도입시기가 명확히 기재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도입 일정에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지만, 급박한 국제적 수요 등을 감안하면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사항이 잘 이행될 수 있는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보건복지부는 20일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도입 시기를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은 것에 대해 "계약서는 아스트라제네카에서 사용하는 양식을 따랐다"며 "공급시기와 관련해서는 내년 2,3월 중에 공급하겠다고 아스트라제네카 최고경영자(CEO)가 양자회의를 통해 공식적으로 천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내용은 양자 회의 후 아스트라제네카 측에서 회의록 등으로 확인해줬다"고도 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과 아스트라제네카 최고경영자가 지난달 화상회의를 통해 백신 공급 문제를 협의했는데, 이 때 아스트라제네카 측이 공급 시기를 내년 2,3월로 못박았다는 것이다.
문제는 계약서상 확실한 문구가 아닌, 회의록을 통해 구두로 합의한 사항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 여부다. 일부러 어긴다든지 하는 문제가 아니다. 워낙 급한 상황이라 백신 개발에서부터 승인, 공급이 전례없이 빨리 진행되다보니 각 제약회사들이 원료나 공급망 등 문제로 생산계획에 차질을 빚으면서 계약을 체결하고도 물량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화이자의 경우 올해 코로나19 백신 출하 목표를 기존 1억회분에서 절반인 5,000만회분으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와의 화상회의에 참석했던 아스트라제네카 코리아 측은 공급시기 확약이 맞느냐는 질문에 "백신의 조속한 국내 공급을 통해 국내 보건 향상에 기여하고자 한다"는 대답만 내놨다.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아직 3상 임상도 끝나지 않아 불확실성 높다"며 "굳이 자신들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을 만들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계약서에 명시한 걸 이행하지 않으면 제약사 측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제약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계약서에 시기를 명시한 쪽에다 우선권을 줄 수 밖에 없다"며 "지금이라도 계약서에 도입 시기에 대한 내용을 넣어달라 하는 게 좋다"고 강조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도 "세계적으로 전염병이 대유행하는 팬데믹 상황에서 백신 회사 CEO가 한 나라의 장관에게 백신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했다면 공수표는 아닐 것"이라면서도 "구두약속이나 회의록으로 공급시기를 정하는 게 이쪽 업계의 관행은 아니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 정부는 아스트라제네카에서 1,000만병분, 화이자와 모더나에서 각각 1,000만병분, 존슨앤드존슨의 제약부문 계열사 얀센에서 400만명분 등 모두 3,400만명분을 확보했다 밝혔다. 이 중 선구매 계약이 체결된 곳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고, 화이자와 얀센과는 이달 중, 모더나와는 내년 초에 계약을 완료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