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미 제약사 모더나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긴급 사용을 승인했다. 모더나 백신 사용을 승인한 국가는 전 세계에서 미국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미국 내 코로나19 극복 전략이 한층 탄력을 받게 됐다.
18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CNN방송 등 현지 언론은 FDA가 모더나 백신의 긴급 사용을 허가했다고 전했다. 18세 이상 성인이 대상이다. 미국 보건당국이 코로나19 백신 사용 승인을 낸 것은 화이자-바이오엔테크에 이어 두 번째다.
이번 결정은 FDA 자문기구인 백신ㆍ생물의약품자문위원회(VRBPAC)가 찬성 20명, 기권 1명의 압도적 수치로 모더나 백신 긴급사용을 권고한지 하루 만에 이뤄졌다. 이에 따라 미 전역에 모더나 백신 배송ㆍ배포가 가능해졌다. AP통신은 모더나가 주말 사이 미 전역에 출하할 수 있는 물량이 590만회 분량에 달한다고 전했다.
실제 사람들의 팔에 백신 주사를 놓으려면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예비접종자문위원회(ACIP)의 사용 권고와 CDC국장의 수용 서명이 있어야 하지만 이 절차 역시 주말 사이 완료될 가능성이 크다. 화이자 백신의 경우 FDA 공식 승인(이달 11일) 다음날 ACIP의 접종 권고가 이뤄졌고, 다시 하루 뒤인 13일 로버트 레드필드 CDC 국장이 이를 수용하면서 14일부터 접종이 시작됐다. 모더나 백신이 이 같은 절차를 거치면 오는 21~22부터 접종이 시작될 전망이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ㆍ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다음주 초면 (모더나) 백신을 팔에 접종하는 장면을 볼 수 있을 것”이라며 “월요일(21일) 또는 화요일(22일)이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21일 백신을 공개 접종할 예정인데, 승인ㆍ사용 일정상 새로 승인된 모더나 백신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모더나 백신은 화이자 백신처럼 바이러스 유전정보가 담긴 ‘메신저 리보핵산(mRNA)’을 활용했다. 3만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에서 94.1% 예방효과가 나타났고, 연령대별로 18~65세는 95.6%, 65세 이상은 86.4%의 예방효과가 있었다. 4주 간격으로 총 2회 접종 해야 한다. 화이자 백신이 섭씨 영하 70도의 초저온에서 보관해야 하는 것과 달리 모더나 백신은 2.2~7.8도에서도 최장 30일간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어 유통과 보관이 더 쉬운 것으로 평가된다.
프랜시스 콜린스 미국 국립보건원(NIH) 원장은 AP통신에 “우리가 바랐던 것보다 두 종류의 백신(화이자ㆍ모더나) 효과가 더 좋다”며 “과학이 놀라운 일을 해냈다”고 말했다. 화이자와 모더나를 포함해 올해 말까지 4,000만회(2,000만명) 접종분을 미 전역에 배포한다는 게 미 정부의 목표다.
한편 화이자에 이어 모더나 백신 접종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세계 최대 코로나19 피해국인 미국의 ‘코로나 격퇴전’에도 속도가 붙게 됐다. 미국은 최근 코로나19로 하루에만 3,000명 이상이 숨지고 21만명이 감염되는 등 암울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