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학대범의 동물 소유권을 금지하라

입력
2020.12.19 04:30
12면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조두순이 어떤 동물도 못 키우게 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이 게재됐다. 보도에 따르면 조두순은 반려견 다섯 마리를 키우며 강아지의 눈을 빗자루 몽둥이로 찔러 죽이는 등 동물학대를 일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자는 보호관찰을 받으며 아동시설에 취업을 금지하는 등 재범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이에 비해 동물보호법은 동물을 학대한 것이 인정돼 처벌을 받은 사람이라도 다시 동물을 기를 수 있다. 심지어 학대를 당한 동물이라도 보호조치 기간이 경과하면 소유자가 보호 비용을 부담하고 반환을 요구하는 경우 돌려줘야 한다.

실제로 지난 4월 옥상에서 자신이 기르던 개가 소변을 가리지 못한다며 목줄을 맨 채 난간 밖에 매다는 학대 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된 사람이 있었는데, 이 사람은 같은 개를 학대해 이미 벌금형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었다. 법원은 '개의 몸에 손상이 발생하지는 않았고 주인이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아동 대상 범죄자가 어린이에게 접근할 수 있는 경로를 차단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동물학대자가 다른 동물을 소유하는 것을 막는 것은 재범을 막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제도다. 해외 주요 국가에서는 대부분 동물학대로 유죄 판결을 받은 경우 피학대 동물의 압수는 물론 일정 기간 동안 어떤 동물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시민단체인 동물법적보호기금(Animal Legal Defense Fund)에 따르면 미국은 2019년 기준으로 39개 주에서 주 법원이 학대자의 동물 소유를 금지할 수 있으며, 이 중 17개 주는 소유를 금지할 것을 의무화하고 있다. 일리노이주는 동물을 성적으로 학대한 사람은 영구적으로 어떤 동물도 소유하지 못할 뿐 아니라 동물이 있는 집에 거주하지도 못하도록 하고 있다. 또한 동물학대 행위자뿐 아니라 거들거나 방조한 사람 역시 일정 기간 동안 동물의 소유를 금지할 수 있다. 독일 동물보호법은 동물학대자는 동물을 소유하거나 직업적으로 다루는 행위를 5년까지, 재범인 경우 영구적으로 금지할 수 있으며, 긴급한 경우에는 유죄 판결을 받기 전이라도 소유 금지를 명령할 수 있다.

지난 7월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이 발의한 동물보호법 개정안은 지자체장이 법원에 동물학대자의 동물 소유권을 제한할 것을 청구하고 지자체가 소유권을 취득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도록 했다. 이에 대한 검토 보고서에는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 재산권 제한의 소지가 없는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적혀 있다. 동물을 잔혹한 학대에서 보호하는 것은 사회 공공의 가치이며 동물학대자의 재산권보다 우선시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조두순 사건의 프로파일러인 권일용 광운대 교수는 강호순과 유영철이 동물로 살인 연습을 한 사실을 언급하며 동물학대가 사람을 대상으로 한 범죄의 신호가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그깟 동물인데'라는 인식으로 동물학대 사건을 방관하고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는 사회는 동물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안전하지 않다. 동물보호법 강화를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이유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