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 추천한 후보가 승진했다고 위법 단정 안돼"

입력
2020.12.17 14:14
'업무추진비 제로' 오규석 기장군수 무죄
대법원 “단체장 재량권 폭넓게 인정돼야”

기초단체장이 특정 직원을 승진시키려고 후보자 명부 순위를 무시하고 인사담당자에게 인사위원회 추천을 지시해 자신의 뜻을 관철시켰다면 권한을 남용한 것일까.

대법원 2부(재판장 안철상)는 17일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오규석 부산 기장군수에 대해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오 군수는 2015년 7월 5급(사무관) 직원 승진임용 과정에서 후보자 49명 중 17명을 특정해 인사위원회에 추천했고, 추천된 직원들은 모두 승진했다. 검찰은 오 군수가 특정 직원 승진을 위해 지휘ㆍ감독권을 남용한 것으로 보고 기소했다.

대법원은 “승진 후보자 명부에 포함된 직원들 중 승진대상자를 정할 최종 권한은 임용권자에 있으며, 임용권자가 인사위원회의 심의ㆍ의결 결과와 다른 후보자를 승진임용하는 게 허용되는 이상, 임용권자가 미리 자신의 의견을 인사위에 제시하는 것이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또 지방공무원의 승진임용 과정에 대해 “승진 후보자 명부의 높은 순위 후보를 반드시 승진임용해야 하는 게 아니며, 임용권자에게 매우 광범위한 재량권이 부여된 만큼 관련 법령에 위배되지 아니하고, 사회통념상 합리성을 갖춘다면 쉽사리 위법하다고 판단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승진 인원 산정에 대해서도 “행정청의 재량적 판단은 내용이 현저히 불합리하지 않은 이상 폭넓게 존중돼야 한다”며 “행정조직은 날로 복잡ㆍ다양ㆍ전문화하는 현대 행정에 대응해 효율적 운영의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1심과 2심 재판부는 지난해 오 군수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4선 경력의 오 군수는 5년째 자신의 업무추진비로 한 푼도 편성하지 않아 '청렴 군수'로 알려져 있다. 오 군수는 “대법원이 사실과 법리를 잘 밝혀줘 대단히 고맙다”면서 “지방자치법이 정한 단체장의 재량 범위에서 정당히 인사권을 행사한 사실이 밝혀진 셈”이라고 밝혔다.


부산= 목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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