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일 두고 日 우익 언론, '후미에' 요구

입력
2020.12.1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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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 우익성향 신문의 강창일 주일 한국대사 내정자 때리기가 영 불편하다. 한 나라를 대표하는 대사 내정자를 겨냥한 노골적인 흔들기는 에도시대 ‘후미에(踏み繪)’를 연상시킨다. 후미에는 당시 기독교 신자를 색출하기 위해 예수와 성모 마리아의 얼굴을 새긴 판을 밟고 지나가도록 강요한 방법이다.

산케이신문은 지난 6일 '반일(反日) 발언 계속하는 지일파 대사 기용, 정권 부양에 초조한 문재인 정권'이란 구보타 루리코(久保田るり子) 편집위원 글과 12일 '한국 차기 주일대사 (관계)개선에 어울리는 인물인가'라는 사설을 실었다.

요약하면 이렇다. 강 내정자가 2011년 5월 국회 독도특별위원회 위원장 자격으로 쿠릴 4개섬(일본명 북방영토) 중 쿠나시르섬을 방문해 '러시아의 실효 지배'를 언급한 것과 지난해 10월 라디오에서 "한국에서는 천황(天皇)을 일왕(日王)이라고 부르자"는 발언을 문제 삼았다. 사설은 강제동원 배상과 관련해 "한일 청구권 협정보다 대법원 판결을 우선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그의 발언도 비판했다.

일본 입장에서 불편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러시아의 실효 지배는 엄연한 사실이다. 일본 정부가 러일 평화조약을 체결해 쿠릴 4개섬을 반환 받으려 노력해 온 이유다. 한국 내 적절한 호칭을 둘러싼 논란과 별개로 우리 정부는 천황, 언론은 일왕이라고 쓴다. 강 내정자는 최근 일본 언론에도 대사로 부임하면 천황이라고 부를 의향을 밝혔다. 여론에 민감한 정치인이 아닌 외교관으로서 걸맞은 언행을 약속했다. 더욱이 대법원 판결 발언은 우리 정부의 입장이다. 주일대사 부임을 위해 자국의 최고재판소 판결을 부정하라는 말인가. 이쯤 되면 전향서를 쓰라는 말이다.

우리 정부가 일본에 관계 개선의 손짓을 보내는 와중에, 강 내정자가 일본 측 아그레망(외교사절에 대한 주재국의 사전동의)을 앞둔 상황을 빌미로 길들이기에 나선 것이다. 강제동원 배상이란 난제를 마주한 양국 간 불필요한 오해와 감정싸움을 부추기는 꼴이다. 선을 넘는 무례는 한일관계 개선을 향한 '혼네(本音·본심)'를 의심케 할 뿐이다.



도쿄= 김회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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