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 가지 않으려고 한국 국적을 포기한 사람에 대해 입국과 취업비자 취득과 같은 국내 권리 행사를 제한하는 패키지 법안이 발의된다. 입법으로 이어지면 가수 유승준(44) 등의 입국 제한 근거가 보다 확실해진다. 또 매년 3,000~4,000명씩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되는 병역 미이행 국적 변경자가 영향을 받게 된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런 내용을 담은 법안 5개를 묶어 17일 대표 발의한다. 김 의원은 육군 대장 출신으로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 등을 지냈다. 그는 16일 한국일보와 통화에서 “병역 의무는 국민의 신성한 권리이자 의무인데 공정하지 못한 현실에 청년들이 허탈감과 상실감을 느낀다”며 “병역을 기피하려는 목적으로 국적을 포기하는 자들이 한국에 돌아와 취업하거나 체류하는 건 공정의 가치에 어긋나 이를 바로 잡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바꾸려는 법안은 국적법, 재외동포법, 출입국관리법,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이다.
현행 국적법상 ‘병역을 기피할 목적으로 한국 국적을 상실했거나 이탈했던 자’는 한국 국적을 회복할 수 없다. 국적 변경의 목적이 병역 기피였는지 아닌지 정부가 입증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에 김 의원의 국적법 개정안은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거나 이탈했던 남성’ 전부를 국적 회복 불허 대상으로 넓혔다. 병역을 마치지 않고 한국 국적을 버린 사람은 이유 불문하고 국적을 회복할 수 없게 하겠다는 것이다. 단,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병역의무를 이행할 수 없는 불가피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 △30세 이하 △65세 이상 등은 국적을 회복할 수 있는 예외로 남겨뒀다.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은 유승준처럼 병역 기피를 한 유명인의 입국을 막을 근거를 확실히 하는 내용을 담았다. 현재 정부는 유승준의 입국 금지 근거를 출입국관리법상 ‘대한민국의 이익이나 공공의 안전을 해치는 행동을 할 염려’ ‘경제질서 또는 사회질서를 해치거나 선량한 풍속을 해칠 염려’에서 찾는다. 하지만 병역 기피자의 일시 입국이 국가 안보를 해칠 정도인지를 놓고는 여러 해석이 나올 수 있어 유승준 사례처럼 자칫 행정소송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에 김 의원은 출입국관리법의 입국 금지 가능 대상에 ‘국적을 상실ㆍ이탈한 남성’을 새로 추가해 논란의 여지를 없앴다.
현행법은 병역을 마치지 않고 외국인이 된 남성은 40세까지 재외동포 체류 자격(F-4 비자)을 부여 받지 못하도록 한다. 재외동포법 개정안은 이런 제한 연령을 45세로 높이는 내용을 담았다. 내국인 남성은 45세까지 전시나 유사시에 병역 의무가 생기는 점을 감안했다.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 개정안은 병역 미이행 남성 국적 변경자는 45세까지 국가와 지방 공무원 임용을 금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병역 기피자의 국적 회복 등을 까다롭게 하는 법안은 이전에도 산발적으로 발의된 적이 있지만 법무부가 지나친 권리 제한이라는 이유 등으로 반대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번 개정안은 일정 조건을 갖추면 국적 회복을 할 수 있게 예외 조항을 두는 등 선의의 피해자 발생을 막을 안전 장치를 충분히 뒀다는 것이 김 의원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