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 출몰? 단명 정권의 저주?" 스가 총리가 기숙사에 사는 까닭은

입력
2020.12.15 20:00
취임 3개월째 총리공저 대신 기숙사 거주
공저 입주했던 7명의 총리 중 6명이 '단명'
아베 총리 당시도 '귀신 출몰설' 소문 무성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의 일정과 동선을 소개하는 '총리 동정'에 따르면, 취임 3개월째인 스가 총리의 숙소는 공저(公邸)가 아닌 중의원 기숙사다 그는 지난 10월 9일 언론 인터뷰에서 공저 입주 여부에 대해 "들어갈지 말지 검토하고 있다"며 "이와 관계 없이 정부의 위기관리에 누수가 없도록 하는 것이 나의 일"이라며 확답을 피했다. 보안상의 문제와 위기 대응 측면에서 입주를 권유하는 이들도 있지만 스가 총리는 아직도 입주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15일 이와 관련해 국회와 정당들이 모여 있는 도쿄 나카타초의 풍문을 소개했다. "공저에 들어가면 단명 정권으로 끝난다"는 것이다. 실제 공저에 입주한 7명의 역대 총리 중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2001~2006년 재임) 총리를 제외하면 1년 전후로 단명했다.

역대 최장기 재임 총리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1차 집권(2006~2007년) 때는 공저에 입주했지만 2차 집권(2012~2020년) 때는 입주하지 않았다. 1차 집권은 366일 만에 막을 내렸지만 공저에 들어가지 않았던 2차 집권 시엔 7년 9개월(2,822일) 동안 장수했다.

아베 총리의 재집권 직후인 2013년 당시에도 공저에 입주하지 않는 것을 둘러싼 소문이 무성했다. 이와 관련, 아베 총리는 민영방송에 출연해 모리 요시로(森喜朗·2000~2001년 재임) 총리가 공저에서 귀신을 봤다고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아베 총리는 당시 "귀신은 원래 다리가 없다고 들었지만 모리 총리는 다리만 있는 귀신을 봤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전에도 공저에 입주하지 않는 이유를 두고 "귀신이 출몰해서가 아니냐"는 야당의 질문에 아베 총리는 "알지 못한다"는 답변서를 각의에서 결정하기도 했다. 당시 관방장관이었던 스가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귀신의 기운을 느낀 적이 있었느냐"라는 질문에 "듣고 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라는 농담 섞은 답변을 하기도 했다.

총리 공저에서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은 일본 정가의 유명한 괴담이다. 해당 건물은 1929년 총리 집무실 용도로 지어졌으나 1932년 5월 무장한 청년장교들이 난입해 이누카이 쓰요시(犬養毅) 총리를 암살한 장소이자, 1936년 일본군의 청년장교들이 쿠데타를 일으킨 2·26 사건 당시에도 많은 이들이 살해당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총리 공저는 도쿄도 지요다구 나카타초 소재 총리 관저(집무실) 부지 내 지상 3층·지하 1층의 건물로 연 면적은 약 7,000㎡에 달한다. 정부 예산에서 유지관비리 명목으로 약 1억6,000만엔(약 16억8,000만원)이 책정돼 있다. 그러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2011~2012년 재임) 총리 이후 8년 째 비워져 있는 상태다.

도쿄= 김회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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