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충복 중에 충복으로 통했으나 최근 11ㆍ3 대선 결과와 관련해 갈등을 빚은 윌리엄 바 법무장관이 결국 자리에서 물러난다. 겉으로는 사임이지만 사실상 경질이다. 바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불복 행보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힌 이후로 줄곧 경질설에 휘말려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바 장관과 방금 백악관에서 아주 좋은 만남을 가졌다”며 “우리의 관계는 매우 좋았으며 그는 훌륭하게 일을 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서 “바 장관이 크리스마스 직전에 가족과 휴가를 보내기 위해 떠날 것”이라며 “제프리 로젠 법무부 부장관이 법무장관 대행을 맡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 장관의 사임장도 공개했다. 바 장관은 사임장에서 “2020년 선거 유권자 사기 혐의에 대한 검토와 이 혐의를 어떻게 계속 추적할지 업데트할 기회를 얻게 돼 감사하다”면서 “법무장관으로 미국 국민과 행정부를 위해 일할 수 있어서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때 바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충복 노릇을 한다고 언론의 비판을 받았다. ‘러시아 스캔들’ 특검 수사 결과를 트럼프 대통령에 유리하게 왜곡 발표했다는 비난도 감수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당선인이 압승한 대선 결과를 두고 불법 선거를 주장하자 “아직 우리는 선거에서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규모의 사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다른 입장을 밝혔다. 검찰과 연방수사국(FBI)이 조사했지만 이를 입증할 어떤 것도 보지 못했다는 설명이었다. 당시 트럼트 대통령은 “그가 아무 일도 하지 않았으니 못 본 것”이라며 크게 발끈했다.
최근에는 바이든 당선인의 차남 헌터가 세금 문제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대선 기간에 공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또 한번 트럼프 대통령의 분노를 샀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 장관을 경질해야 한다는 보수 평론가의 글을 트위터에 끌어오고는 “무슨 의도로 헌터 사건을 감췄냐”고 질타했다.
언론에서는 바 장관 경질설을 제기했다. 일간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대통령이 11일 백악관 회의에서 바 장관 경질을 거론했다고 보도했다. 14일 CNN방송은 “지난 몇 달 동안 보좌관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바 장관을 해고하지 못하도록 만류했고, 트위터에 ‘매우 좋은 관계’라고 설명했듯 절충안을 찾았다”며 “그럼에도 바 장관이 직접 사퇴 요구를 받은 것은 아니었다”는 백악관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바 장관이 사퇴 압력을 느껴 스스로 물러났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종료를 눈앞에 두고 충복들을 연달아 잘라내고 있다. 앞서 지난달에는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을 해임했고, 17일에는 이번 대선이 미국 역사상 가장 안전한 선거였다고 밝힌 크리스토퍼 크렙스 국토안보부 사이버ㆍ기간시설안보국(CISA) 국장도 해임했다. 지나 해스펠 중앙수사국(CIA) 국장과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도 경질설에 오르내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