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이르면 15일 정의선 회장 취임 이후 첫 번째 임원 인사를 단행한다. 이번 인사에서는 정몽구 명예회장 '가신단' 대부분이 퇴진하고, 새로운 부회장·사장단이 꾸려지면서 본격적인 '정의선 체제'를 갖추게 될 전망이다.
14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이번 임원인사에서 부회장단 일부를 교체할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현대차그룹 부회장단은 윤여철(68) 현대차 노무담당 부회장, 정진행(65) 현대건설 부회장, 김용환(64) 현대제철 부회장, 정태영(60) 현대카드 부회장 등 4명이다.
부회장 승진 유력한 인사로는 박정국(64) 현대모비스 사장이 꼽히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 현대모비스를 떠나 현대차 연구개발본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박 사장은 현대차 미국기술연구소장, 중앙연구소장, 연구개발기획조정실장 등을 거쳐 현대엔지비 대표이사, 현대케피코 대표이사 등을 역임한 연구개발(R&D) 전문가다.
신임 현대모비스 사장으로는 여수동 현대트랜시스 사장이 부임할 것으로 전해졌다. '기획통'으로 알려진 여 사장은 현대차 기획조정2실장 출신으로, 향후 현대차그룹 지배구조개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부회장 후보로는 2014년부터 6년 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원희(61) 현대차 사장도 부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 사장은 현대차 입사 이후 미국판매법인 재경담당, 재경본부장 등을 거친 '재무통'으로, 현대차 '글로벌 5위' 도약의 주역으로 꼽힌다. 2016년에는 대표이사로 선임됐고, 2019년에도 재신임되면서 지금까지 재경, 기획, 영업마케팅 등을 총괄하고 있다.
알버트 비어만(64)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장(사장)도 부회장 승진 가능성이 전해지고 있다. 비어만 사장은 2018년 외국인 최초의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장으로 임명되면서 신차 개발은 물론, 자율주행차, 커넥티드카 등 미래 모빌리티 기술 개발에도 힘을 실어 왔다. 특히 고성능 브랜드 'N', 전기차 브랜드 '아이오닉' 등의 개발을 주도하며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반면 이번 인사에서 현대차그룹을 떠날 인사로는 김용환 부회장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김 부회장은 현대차 비서실, 전략기획담당, 기획조정실장 등을 맡으며 정 명예회장의 '복심'으로 통한다. 양웅철 현대기아차 연구개발 담당 부회장, 권문식 연구개발본부 부회장이 물러났던 2018년과 우유철 현대로템 부회장이 퇴임했던 2019년에도 자리를 유지했지만, 이번에는 물러나는 것으로 보인다.
김 부회장과 함께 퇴임할 인물로는 정진행 부회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회장은 2011년부터 7년 간 현대차와 정부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해온 '대관통'이다. 2018년 현대건설로 이동할 때도 4년 넘게 답보상태 였던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프로젝트 해결사 역할이 주어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정 명예회장의 숙원사업이었던 GBC 건설 착공승인을 받아냈지만, 결국 이번 인사에서 퇴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건설 대표이사인 박동욱(59) 사장도 정 회장과 함께 회사를 떠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사장은 현대차와 현대건설에서 재경 임원을 지내온 '재무통'이다. 때문에 이번에 현대차로 다시 돌아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현대건설 신임 사장으로는 윤영준 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장 겸 부사장과 현대차 재무를 담당하는 기획조정3실의 한용빈 실장(부사장)이 후보에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밖에도 장재훈 현대차 국내사업본부장 겸 제네시스 사업부장은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높고, 김경배 현대위아 사장은 교체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정의선 회장 취임 이후 첫 번째 임원 인사인만큼 본격적인 3세 경영을 위한 틀을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부회장, 사장단 인사 뿐만 아니라 부사장급 이하에서 1970~1980년대 젊은 세대와 여성 임원도 대거 발탁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