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지율이 치솟자 충청권이 들썩이고 있다. 윤 총장은 서울에서 태어났지만, 그의 부친인 윤기중 연세대 명예교수가 충남 공주 출신이라는 이유로 ‘충청 대망론’이 다시 떠오르면서다.
충청은 역대 대선에서 중요한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지만 충청 출신이 직접 대권을 잡은 적은 없었다. 충청 출신으로 대권에 근접했던 김종필, 이인제, 정운찬 등 모두 실패했다. 지난 대선에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등판으로 충청 대망론이 다시 커졌으나 그의 중도 하차로 변죽만 울리다 말았다. 현 여권에서 유력 주자로 떠올랐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 역시 성폭력 사건으로 자멸했다.
윤 총장이 번번이 무산됐던 충청 대망론에 올라탈 수 있을까. 민주당 소속의 양승조 충남지사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충청에서 성장하거나 생활하지도, 정치도 하지 않은 사람이 충청대망론의 대상이 될 수 있냐”며 “어처구니가 없다”며 벌써부터 윤 총장 견제에 들어갔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충청권 민심이 요동치는 기류는 뚜렷하다. 추미애 법무장관이 지난달 24일 윤 총장 징계에 착수해 현 정부와 윤 총장간 갈등이 극도로 고조된 후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추락한 데는 충청권 민심 이반이 크게 작용했다. 리얼미터의 11월 4주차 여론조사에서 43.8%의 문 대통령 지지율은 12월 첫주에 역대 최저치인 37.4%를 기록했다. 이 과정에서 충청권 지지율은 45.4%에서 31.7%로 13.7%포인트나 떨어졌다. 이를 두고 충청권이 윤 총장을 충청 후보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말이 나왔다.
‘윤 총장 충청대망론’을 선두에서 띄우는 이는 충남 공주를 지역구로 둔 정진석 국민의힘 의원이다. 그에게 물어봤다.
-윤 총장 고향이 서울이어서 충청권 후보가 맞냐는 공방이 있다.
“고향이 어디냐고 물으면, 자기 아버지 고향이 어디라고 대답하는 게 양반이다. 그게 정답이다.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이 많지만 고향을 물을 때는 그 뿌리를 묻는 거다. 그래서 아버지 고향을 얘기하는 게 상식이다.”
-윤 총장이 충청 대망론을 실현할 수 있을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 호남 분들이 이번에는 빚을 좀 갚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간 김대중 대통령 빼고는 대통령이 전부 영남 사람이다. PK 아니면 TK다. 호남 사람이 딱 한번 됐는데, 그게 누구 덕에 됐나. 김종필, 이인제 충청 사람 두 사람 때문 아니냐. 이번에는 호남 분들이 충청에 빚을 갚을 때가 됐다."
-그간 충청 대망론이 번번이 실패했는데, 이번은 다를까.
“이번 만큼은 비영남 인사가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나온다. 그동안 여야 돌아가면서 영남이 너무 많이 정권을 담당해왔다. 하지만 국민 통합과 화합에는 번번이 실패했다. 이번에는 중도적인 중부권에서 인물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