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은 고된 직업이다. 승부의 세계는 냉혹하다. 열 번을 잘하다가도 한번 못하면 비난의 표적이 된다. 이런 프로축구 무대에서 남기일(46) 제주 유나이티드 감독은 벌써 7년 넘게 한결같은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감독 데뷔 이후 3개의 K리그2(2부리그) 팀을 이끌며 모두 K리그1(1부리그)에 승격시킨, 좀처럼 깨기 힘든 기록을 남겼다. 남 감독이 번번이 이뤄낸 극적인 승격과 1부리그 안착은 여러 이유로 그가 팀을 떠날 때조차 팬들이 그를 미워할 수 없게 만들었다.
2014년 광주FC에서 2018년 성남FC로 이어진 남 감독의 ‘승격 신화’는 올해 제주에서 정점을 찍었다. 시즌을 앞두고 사령탑에 오른 남 감독은 지난 11월 종료된 K리그2에서 제주에 우승컵을 안겼다. 그는 감독상을 받았고, 그가 이끈 선수들은 베스트11, 영플레이어상, 최다도움상 등을 휩쓸다시피 했다. 남 감독은 지난 8일 본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우승의 공을 선수들에게 돌렸다. 그는 “경기를 안 뛰었던 선수들도 자기의 역할을 잘해줬다. 제주 분위기가 그랬고, 우승과 승격이라는 결과를 가져왔다”라고 말했다.
예산과 지원 모두가 열악했던 시민구단(광주, 성남)에서는 승격과 잔류 자체가 모두의 박수를 받는 성과였다. 남 감독도 “(당시에는) 환경적인 한계점 때문에 큰 성과보다는 잔류에 무게를 많이 뒀다”고 말했다. 하지만 1부리그 제주의 사령탑이 된 남 감독에게 팬들은 그 이상을 바란다. '승격 청부사' 타이틀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남 감독도 이런 기대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처음 제주에 왔을 때부터 단순 승격은 목표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래를 보고, 방향성을 보고 (기업구단인) 제주에 왔다. 더 큰 목표가 있고, 강등은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더 나아가고 전진할 것이다”라고 힘줘 말했다.
그의 목표는 1부리그 우승이다. 남 감독은 “시민구단의 최대치는 승격이었고, 제주의 최대치는 우승이다. 제주는 정상에 설 수 있는 역량이 있다. 정상을 바라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제주 선수들에 대한 믿음도 내보였다. 그는 “우리 선수들의 기량을 믿는다. 앞으로 진행될 동계 훈련에서 더 성장한다면, 단순히 ‘K리그1에서 통하는 것’ 이상의 결과는 충분히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선수들과 생활하다 보면 자기보다 동료를 더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눈에 보인다”며 “어떤 선수가 경기장에 들어와도 서로 믿고 충분히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게끔 해주는 분위기가 제주만의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선수 영입에도 공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모기업 SK에너지의 지원도 기대된다.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승격의 고비였던 지난 10월 24일 수원FC와의 25라운드 경기를 직접 방문한 뒤 남 감독에게 승리를 축하하며 “제주는 왜 외국인 선수가 없느냐.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남 감독은 “지원을 아낌없이 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생긴 순간이었다”고 당시를 돌아봤다. 그러면서 “외국인 공격수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고, 구단도 노력하고 있다”면서 “외국인 선수를 영입해 K리그1에서의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구자철(31·알가라파)의 제주 ‘복귀설’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남 감독은 “제주에 있을 때 잘해줬던 선수고, 인성이나 실력 모두가 다른 선수의 귀감이 된다”며 “온다면 격하게 환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