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은 13일 밤 약 1년만에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남겼다. 국회에서 국정원의 국내정치 개입 금지 등이 포함된 국정원법 개정안이 통과된 직후였다.
청와대 비서관 그것도 권력기관과 그 관계자들의 각종 비위와 의혹을 들여다 보는 직위 상 민정비서관이 소셜미디어에 공개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흔치 않다.
그는 이 글에서 "짧게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3년 7개월, 길게는 검찰개혁, 공수처 설치, 국정원 개혁, 자치경찰제가 논의된 지 30여 년이 흐르고서야 이뤄낸 성취"라며 "조국 전 민정수석과 그 가족분들이 겪은 멸문지화 수준의 고통을 특별히 기록해둔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권력기관 개혁안으로 꼽히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과 경찰청법, 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이 차례로 국회를 통과해 입법되자, 지난해 8월 이후 민정비서관 을 맡아 온 자신의 소회를 남긴 것.
특히 고 백재영 검찰 수사관을 특별히 언급했다. 이 비서관 자신과 함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사건'으로 수사 대상에 올랐다가 사망한 백 수사관의 죽음을 "무엇보다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백 수사관은 울산경찰청이 김기현 전 울산시장 비위 혐의를 수사한 것과 관련해 청와대의 '하명 수사'가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후 이에 연루돼 검찰의 조사를 받다가 2019년 12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비서관 역시 이 사건의 피의자 신분이다.
이 비서관은 백 수사관의 사망을 두고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과 분노를 느꼈다"고 했다. 이어 "그의 죽음과 제 피의자 신분 등 여러 일들이, 이 정부가 검찰 등 권력 기관 개혁을 추진하지 않았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었다는 점만큼은 분명한 진실이라고 생각한다"라며 "고인을 추모하고 그의 영정 앞에 이 성과들을 바친다"고 밝혔다.
이 비서관이 백 수사관과 함께 '피해자'로 언급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법안 처리를 "감개무량하다"고 밝히며 "혼자라도 독주 몇 잔을 마시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