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달 12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했던 말이다. 대선 승리 후 한 달이 넘었지만 ‘북한’이란 단어가 그의 입에서 나온 건 이게 전부다. 대선 과정에서도 북한은 이슈가 되지 않았다. TV 토론에서 북한 관련 질문에 ‘핵 역량 축소를 조건으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날 수 있다’고 답했던 게 사실상 전부다.
북한으로서는 답답할 법도 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친서를 주고 받던 시절이 그리울 수도 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2009년의 교훈이다. 당시 취임 3개월 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체코 프라하에서 ‘핵 없는 세상’ 연설을 하기 직전 북한은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다. 한 달 뒤 2차 핵실험도 강행했다. 북한과 대화할 준비를 하던 미국이 분노했고 8년 내내 관계 개선은 어려웠다.
2021년은 달라야 한다. 어차피 바이든 당선인이 취임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문제부터 미국 경제 살리기까지 국내 문제가 우선이다. 외교로 눈을 돌린다 해도 이란 핵합의 복원, 기후변화협정 이슈화, 중국과의 헤게모니 싸움이 먼저다. 북한과 한반도는 후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럴 때 경계해야 하는 것이 미국의 관심을 끌어야겠다는 조급함과 욕심이다. 미국에서는 북한이 지난 10월 선보였던 화성-16호 장거리미사일 시험 발사 도발 가능성이 거론된다. 빤히 보이는, 이미 여러 차례 써먹었던 수다. 상원 외교위원장, 부통령 8년 경험이 있는 바이든에게 ‘벼랑 끝 전술’이 먹힐까.
협상은 인내와 긴 시간을 필요로 한다. 게다가 바이든 행정부가 자리잡으려면 내년 6월은 돼야 한다. 꼬이고 또 꼬인 북한 문제를 백마 탄 기사 한 명이 ‘짠’ 하고 해결할 수도 없다.
참고로, 바이든 외교안보팀이 인선 소감에서 빼놓지 않았던 단어는 미국의 ‘국가이익’이다. 북한은 자신도, 미국도, 그리고 한국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이익의 고차 방정식 답안을 차분히 준비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한미도 ‘통남통미’의 길로 북한을 이끌 전략을 내놓아야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