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의 시청률에 너무 실망하지 말자. 사람들이 좋아해줄 때까지 우리가 꾸준히 그 자리를 지키면 언젠가 알아봐줄 날이 올 거다."
유재석의 말마따나 햇수로 3년 만에 '그날'이 왔다. 국민MC 유재석의 tvN 첫 출연작으로 화제를 모았던 '유 퀴즈 온 더 블럭(유 퀴즈)'이 시간이 갈수록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2018년 8월 첫 방송 이후 현재 시즌3 방송 중인 '유 퀴즈'는 지난 7월 전국 가구 평균 시청률 3%를 넘어서더니 무서운 상승세 속에 이달 9일 5.0%를 찍었다. 사람 사는 이야기를 내세워 얻은 두터운 마니아층에다 이젠 시청률까지 챙긴 셈이다.
'유 퀴즈'를 연출하는 김민석 PD는 14일 한국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낮은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고 지난 2년 6개월여간 쌓인 노력의 결과가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오게 한 비결"이라고 소회를 전했다.
'유 퀴즈'는 유재석과 조세호가 길거리에 나가 일반 시민을 즉석에서 인터뷰하고 퀴즈를 내는 형식으로 시작했다. '사람 냄새' 나는 '착한 예능'이라는 호평에도 시청률은 1%대로 부진했다. 프로그램에 대한 호감도와 인지도에 비해 박한 시청률 탓에 내부에선 '이렇게 계속 가도 되는 걸까' 고민도 많았다고 한다.
"사실 '순한 맛'이라서 시청률이 안 나오나 싶기도 했어요. 하지만 '유 퀴즈'만의 장르적 희소 가치가 있고, 그건 숫자로 재단할 수 없는 의미가 있다는, 더 큰 공감대가 있었죠. 제작진이 시청률을 위해 '과한 양념'을 쳤다거나 외부 압력이 있었다면 지금의 '유 퀴즈'는 없었을 겁니다."
코로나19로 '유 퀴즈'에도 불가피한 변화가 생겼다. 지난 3월부터 방송 중인 시즌3는 길거리 인터뷰를 그만두고, 실내에서 촬영하고 있다. 회차별 정해진 주제가 있고, 그에 걸맞은 주인공이 출연하는 식이다. 김 PD는 "길거리에서는 만날 수 없었던 직업의 세계 등을 접할 수 있는 건 굉장한 장점이지만 한편으론 날것 그대로의 돌발적 요소나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 추구)'의 매력은 느끼기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퀴즈를 핑계 삼아 사람을 여행한다'는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 없다. 편집할 때 출연자의 삶을 왜곡하지 않는다는 원칙도 거기서 나온다. "물론 예능이다보니 장난도 치고, 짓궂은 자막도 넣죠. 하지만 당사자가 봤을 때 '이 PD가 나에 대한 애정을 갖고 편집을 했구나' 느낄 수 있게 만드는 게 목표 중 하나예요."
퀴즈를 포기하지 않는 것도 그래서다. 다섯 문제를 맞춰야 상금 100만원을 주던 기존 포맷이 시즌3에선 한 문제만 풀어도 되도록 비중이 크게 줄었다. 김 PD는 "당초 퀴즈는 아무런 명분 없이 이야기만 들을 수 없으니 바쁜 시간을 허락해달라는 의미에서, '유 퀴즈'와의 만남이 좋은 추억이자 유쾌한 행운으로 남길 바라는 뜻에서 둔 것"이라며 "코로나19가 종식되면 거리로 나갈 날도 다시 올 테니, 퀴즈 비중은 줄어도 여전히 뺄 수 없는 장치"라고 강조했다.
회를 거듭할수록 "결국은 사람 사는 이야기"라는 '유 퀴즈'만의 심지는 더 굳어지고 있다. "재미는 그 프로그램이 가진 색깔을 얼마나 더 강화하느냐에 달린 것 같아요. 예능이니까 기계적으로 이런 재미, 저런 재미를 채우려고 하지 않고, 우리 뜻한 바를 어떻게 최대한 잘 살릴 수 있을까에 요즘 고민이 쏠려있어요."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 가운데서 '유 퀴즈'가 더 특별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