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성폭행범 조두순(68)에 대한 '사적 보복'을 예고하며 조씨 거주지 앞을 점령한 유튜버들의 행태가 도를 넘어,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조씨와 이웃이 돼 불안감 속에 지내야 하는 주민들은 유튜버들까지 몰려 들어 이중고를 겪는 상태다.
13일 경찰에 따르면 경기 안산 단원경찰서는 가스배관을 타고 조씨 집에 침입하려다 현장에서 체포된 10대 청소년 A(17)군을 비롯해, 조씨 출소 당일인 전날부터 주거지 일대에서만 주거침입 미수, 공무집행방해, 폭행 등의 혐의로 4명을 입건했다. 이 중엔 유튜버 1명도 포함돼 있다.
A군은 전날 오후 조씨가 거주하는 빌라 외벽의 가스배관을 타고 창문을 통해 조씨 집에 침입하려 한 혐의를 받는다. 경기 수원에 사는 A군은 조씨 집 근처에서 진행하는 한 유튜버의 실시간 방송을 시청하는 도중, 호기심에 이곳을 방문했다가 침입을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A군을 연행하는 과정에서 경찰차량의 진행을 몸으로 막은 B(58)씨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했다.
조씨 집 앞에서는 각종 폭행 사건도 잇따랐다. C(59)씨는 전날 술에 취한 상태에서 조씨가 사는 주택에 들어가려다 이를 제지하는 경찰의 멱살을 잡고 폭행한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20대 남성 유튜버 D(22)씨가 조씨 집앞에서 중국 음식을 배달해 먹자, 다른 유튜버(24) E씨가 "왜 여기서 음식을 먹느냐"며 시비를 걸면서 D씨를 폭행하는 등 유튜버 간 다툼도 발생했다.
경찰은 조씨가 출소한 이후 200명이 넘는 유튜버가 안산을 방문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조씨 출소 당일에는 유튜버 30여명이 '셀카봉'을 든 채 동시에 생방송을 진행하는 모습도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하루 확진자가 1,000명을 넘어선 가운데, 유튜버와 전국에서 몰려온 구경꾼들로 방역에 구멍이 뚫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유튜버들의 막무가내 행태에 지역 주민들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조씨가 주변에 거주하는 것만으로도 불안한데, 유튜버들까지 동네를 안방처럼 드나들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9시부터 이날 오전 9시까지 인근 주민들로부터 접수된 유튜버 관련 소란·소음 불편 신고만 70여건에 이른다. 참다 못한 주민들은 유튜버들의 방문과 출입을 통제해달라는 탄원서를 경찰에 제출하기도 했다. 주민 이모(38)씨는 "조두순 때문에 속이 터지는데, 유튜버 때문에 더 가슴을 졸이고 있다"면서 "밤새 소리를 지르거나 소란을 피우는 탓에 아이들과 밖에 나가는 것조차 두렵다"고 토로했다.
주민들의 호소에도 일부 유튜버 및 인터넷 방송 진행자(Broadcasting Jockey, BJ)들은 여전히 '조두순 집앞 현장중계' '조두순, XX한다' 등의 제목을 내걸고 현장에서 24시간 방송을 이어가고 있다. 이 중에는 실시간 시청자만 2만명이 넘는 인기방송도 있다. 이들은 "조두순이 외출하면 주먹 맛을 보여주겠다" "구독자 XX명 넘으면 조두순 집에 들어간다" 등을 명목으로 구독과 후원금을 끌어모으고 있다.
경찰은 유튜버들의 범법 행위에 대해 강력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조씨 거주지에 배치된 경찰이 이들이 던진 계란에 맞아 다치는 등 공권력에 도전하는 상황까지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찰은 주민 안전을 위해 조씨의 빌라 현관에 배치했던 경비 병력을 50m 떨어진 골목 입구에 전진 배치하는 등 외부인 출입을 철저히 통제하겠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코로나 방역을 위해서, 그리고 조두순 출소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주민들을 위해서, 유튜버들의 방문 자제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피해자 주치의였던 신의진 연세대 소아정신과 교수는 "야만적 범죄에 대해 야만적 사적 보복으로 대응해선 절대 안된다"라며 "문명사회 시민으로서 법과 제도, 시스템 개선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