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이 2012년 이후 8년 만의 아시아 무대 정상에 도전한다. 국내 무대에서 K리그1(1부 리그), 그리고 대한축구협회 주최 FA컵에서 모두 준우승에 머문 아쉬움을 제대로 털어낼 기회다. 해외 무대에서도 열심히 일한 ‘골무원(골 넣는 공무원)’ 주니오(34)가 결승행을 확정하는 결승골 주인공이 됐다.
울산은 13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자심 빈 하마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4강에서 일본의 비셀 고베에 연장까지 가는 힘겨운 승부 끝에 2-1 역전승을 거두고 동아시아를 대표해 결승에 올랐다. 울산은 19일 오후 9시 서아시아 최강자가 된 페르세폴리스FC(이란)와 우승을 다툰다.
이날 울산은 전반 주도권을 쥐었지만 득점엔 번번이 실패했다. 전반 4분 이청용(32)의 중거리 슛이 왼쪽 골 포스트를 살짝 비껴가면서 상대를 위협했다. 이후 김인성(31)과 주니오가 꾸준히 결정적인 기회를 맞았지만 공은 야속하게도 고베의 골대를 살짝살짝 벗어나며 득점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전반 수많은 득점 기회를 놓친 울산은 수비라인이 무너지면서 후반 7분 야마구치 호타루(30)에 선제골을 얻어맞았다. 상대 코너 킥이 낮고 빠르게 흘러왔고 이것을 야마구치가 오른발로 밀어 넣으며 득점으로 연결했다. 울산은 이후 주니오와 비욘존슨(29)을 앞세워 동점을 노렸지만, 또 마무리를 못했다. 후반 30분엔 페널티 박스 중앙에서 고베의 사사키 다이주(21)가 골 망을 갈랐으나 비디오판독(VAR)에서 이전에 파울 상황이 발견돼 득점이 무산됐다.
위기를 넘긴 울산은 후반 36분 천금 같은 동점골을 뽑아냈다. 이번 대회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는 윤빛가람(30)이 페널티 아크 정면에서 예리한 중거리 슛을 때렸고, 페널티 박스 내 중앙에서 비욘존슨이 방향을 살짝 바꿔놓으며 동점을 만들었다. 부심의 오프사이드 깃발이 올라갔지만, 주심은 VAR을 통해 오프사이드가 아니라고 판단하면서 득점이 인정됐다.
후반 막판까지 울산 수비진이 흔들렸지만 이번 대회에서 눈부신 선방 쇼를 펼치고 있는 울산 골키퍼 조수혁의 활약이 빛났다. 조수혁은 후반 추가시간 1분 고베의 더글라스가 날린 회심의 헤딩 슛을 막아냈다. 연장 전반 13분 울산의 역습 기회에선 비욘존슨의 헤딩 슛을 상대 골키퍼 마에카와 다이야(26) 골키퍼가 손으로 막아냈다.
연장 후반엔 울산이 초반부터 위기를 자처했지만 결국 마지막에 웃었다. 수비라인에서 홍철(33)이 불투이스(30)를 향해 찬 공이 상대 공격수 더글라스(33) 발에 걸려 조수혁(33) 골키퍼와 단독으로 맞서는 상황을 허용했으나 다행히 더글라스가 실책성 패스로 기회를 날렸다. 직후엔 더글라스의 헤딩 슛을 조수혁이 선방하며 실점 위기를 넘겼다.
승부차기로 넘어갈 위기, 결국 K리그1 득점왕 주니오가 경기 종료 직전 스스로 기회를 만들어 결승골을 만들어냈다. 페널티 박스 내에서 마에카와 골키퍼와 경합에서 반칙을 얻어냈고, 후반 14분 페널티 킥을 직접 차 넣으며 길고 긴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