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지역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이 1주일 만에 잇따라 4건이 발생하면서 그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특히 육용오리와 종오리는 물론 가축 도축장까지 번지고 있는데다가 감염됐더라도 무증상인 경우가 많아 검사를 받기 전에는 농장주가 감염 사실조차 모르고 있을 가능성이 커 방역당국이 AI 확산 차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3일 전남도에 따르면 전국 10곳에서 고병원성 AI 발생한 가운데 전남이 4곳이다. 그간 오리 133만마리를 살처분했다. 전남에서는 지난 5일 영암군 시종면 육용오리 농장에서 첫 의심 사례가 발견된 이후 이날 오전 9시 현재까지 농장 3곳 도축장 1곳 등 총 4건의 고병원성 AI 확진이 나왔다.
영암에서 첫 의심 사례 발견 이후 전남의 고병원성 AI 확진 사례가 멈추지 않고 있다. 첫 확진 나흘 후인 9일 나주시 세지면 육용오리 농장에서도 고병원성 확진이 나왔고 다음 날 나주의 오리 도축장에서도 고병원성 AI가 발생했다.
도축장 고병원성 AI 확진 전례가 전남에서는 없어 방역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11일에는 장성 종오리 농장에서 고병원성 AI가 확진됐다. 하루 뒤인 12일에는 영암군 덕진면의 육용오리 농장 2곳에서 H5형 AI 항원이 검출돼 고병원성 여부를 파악하는 정밀검사가 진행 중이다.
전남에서는 3년 만에 다시 나타난 고병원성 AI가 오리농장을 중심으로 무서운 속도로 번지고 있는 셈이다.
앞서 2017년의 경우 1개월간 40농가 81만2,000마리였는데 올해는 이미 100만마리를 넘어섰다.
1주일 만에 도내 AI 발생농장 3곳 도축장 1곳의 오리 14만4,000마리는 물론 발생지역 반경 3㎞ 이내 농장 39곳 119만4,000마리 등 총 133만마리가 살처분됐다.
이는 전남 267 농가에서 오리 492만 마리를 사육하고 있었는데 키우던 오리의 3분의 1이 1주일 만에 사라진 셈이다.
방역당국은 이 같은 확산세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번 고병원성 AI는 과거 사례와는 다르게 증상이 없고 감염농장 간 연결고리가 없어 선제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과거에는 AI에 감염되면 폐사·설사·산란율 감소 등이 나타나는데 올해는 이런 사전 징후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또 감염 농장 간 연결고리를 찾기 힘들다는 점도 방역당국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실제로 나주 도축장의 경우 감염 오리의 출하 농장에 대한 검사에서는 음성이 나왔는데 도축장에서 양성이 나온 원인도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방역당국은 발생농장 반경 10㎞ 이내 모든 농가에 대해 정밀검사를 하면서 감염 농장을 찾아내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감염 차단보다는 뒤늦게 감염 농장을 찾아내는 데 그치고 있다.
전남도는 확산 차단을 위해 이날 자정까지 도내 가금류와 관련 종사자·차량 등에 대해 일시 이동 중지 명령을 내렸다. 축산 관계 시설과 차량 소독, 역학농장 신속 검사, 오리농장 통제초소 확대 설치, 가금농장 전담 공무원 지정, 계열사를 통한 농가 시설 점검 등 책임 방역 강화도 지시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AI발생이 과거와는 다른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며 "가금 농가들은 내 농장은 내가 지킨다는 생각으로 사료 차량 등 진입 차량과 출입자 소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