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美 로봇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 9억달러 인수 결정

입력
2020.12.11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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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30%ㆍ정의선 20%ㆍ현대모비스 20%ㆍ현대글로비스 10% 등 총 지분 80% 인수
첨단 로봇 기술, 자율주행차ㆍUAMㆍ스마트 팩토리 개발 등과 시너지현대모비스-현대글로비스 연계, 로봇 중심의 새로운 밸류 체인 구축 가능

"인류의 행복과 이동의 자유, 한 차원 높은 삶의 경험가치 실현을 위한 새로운 길을 제시할 것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11일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로봇전문기업인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결정한 직후 전한 소감에서 묻어난 그룹의 미래 비전이다. 핵심 사업인 완성차와 모빌리티 분야에 로봇 기술을 접목,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키겠다는 게 정 회장의 복안이다. 정 회장이 그룹 내 ‘원톱’으로 오른 이후 단행한 첫 번째 투자에 약 1조원을 쏟아낸 배경이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가치는 현재 11억달러(약 1조2,000억원). 현대차그룹은 이 가운데 80% 지분을 8억8,000만달러(약 9,590억원)에 인수키로 했다. 최종 지분율은 △현대차 30% △정의선 회장 20% △현대모비스 20% △현대글로비스 10% △소프트뱅크 20%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눈에 띄는 점은 정 회장이 직접 지분 참여를 한 것이다. 이는 현대차그룹이 향후 본격화할 미래 신사업에 대한 책임경영 강화와 지속적인 투자 의지를 표명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또 글로벌 우수 인력 확보, 우량거래처 유치 등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로 전체 그룹 차원의 제조ㆍ생산, 기술 개발, 물류 부분 역량 또한 배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동차 분야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차ㆍ도심항공 모빌리티(UAM)ㆍ목적기반 모빌리티(PBV) 등 다양한 모빌리티 분야에서도 혁신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한 선도 입지를 구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로봇의 센싱(인지) 기술은 자율주행차ㆍUAM 등에선 필수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대응 및 판단 기술,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정밀하게 구동시키는 제어 기술 등도 향후 완전한 자율주행 구현에 없어선 안 될 요소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로봇 운용에 필수적인 자율주행(보행)ㆍ인지ㆍ제어 등 종합적인 측면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1992년 설립 이후 지금까지 수익을 전혀 내지 못했고, 이런 이유로 2013년에 구글에 인수됐다가 2017년 7월 소프트뱅크에 다시 매각됐다.

현대차그룹은 세계 최고 수준의 양산 능력과 연구개발 역량, 글로벌 사업 네트워크를 활용해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 양산화 및 수익성 개선을 이뤄낸다는 방침이다. 또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등과 연계해 로봇 시장 진입부터 스마트 물류 솔루션까지 사업 영역 확장은 물론 로봇 중심의 새로운 밸류 체인 구축까지 계획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혁신적인 시장 성장이 예측되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사업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올해 444억달러(약 48조3,900억원) 규모의 세계 로봇시장은 2025년까지 평균 32% 성장해 1,772억달러(약 193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향후 급변하는 산업 환경 속에서 어떤 기업보다 빠르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통해서 모빌리티 분야를 넘어 전 산업 분야, 고객들의 모든 삶의 영역에 현대차그룹의 가치를 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종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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