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 변창흠' 장관처럼 대하는 문 대통령, 부동산 절박함 탓?

입력
2020.12.1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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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를 향한 지원사격을 이어가고 있다. 8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변 후보자 공급 구상을 함께 협의하라"고 한 데 이어, 11일에는 공공임대주택을 함께 찾았다. 이를 두고 부동산 문제 해결에 대한 문 대통령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도 나왔지만, 야당을 중심으로는 국회 인사청문회 문턱도 넘지 않은 후보자를 챙기는 게 적절한 행보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김현미·변창흠 대동하고 행복주택 방문

문 대통령은 11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대주택 100만호 기념단지인 경기 화성동탄 행복주택을 방문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LH 사장인 변창흠 후보자가 함께 동행했다. 이날 일정은 '임대주택은 좋지 않다'는 편견을 깨기 위해 기획됐다. 변 후보자는 실내 놀이터와 게스트하우스 등 임대주택이 '살기 좋은 곳'임을 보여주는 요소들을 두루 문 대통령에게 설명했다. 김 장관도 동행했지만, 현장시설을 문 대통령에게 소개하는 변 후보자의 모습은 흡사 현직 장관과도 같았다.



변 후보자의 현장 브리핑을 들은 문 대통령은 이어 열린 현장보고회에서 "임대주택의 질적 혁신"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내년부터 공공임대주택 입주요건을 중산층까지 확대하고, 2025년까지 중형 임대주택 6만3,000호를 공급할 것"이라며 "다양한 세대와 계층이 함께 어울려 사는 주거공동체를 만들겠다"고 언급했다. 재산과 수입 규모가 작은 이들의 거주지로 여겨졌던 임대주택을, 모두의 주거 공간으로 재설계하겠다는 구상을 밝히면서 '임대주택 공급 확대' 기조를 다시금 분명히 한 것이다. "주거 공공성 강화"를 언급한 문 대통령은 쪽방촌 등 주거복지 사각지대 축소와 주거비 보조지원 강화 등도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이를 듣고 있던 변 후보자를 향해서도 "누구나 살고 싶은 임대주택을 만드는 데 역점을 둬 달라"고 당부했다.


야당, 인사청문회 벼르는데... "부적절" 비판

이날 행사에서 문 대통령과 변 후보자 간 모습을 두고 "현직과 차기 장관이 대통령 앞에서 사실상의 '업무 인수인계'를 한 것 같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다. 실제 문 대통령은 지난 8일 홍남기 부총리에게도 "(변 후보자의) 공급 방안을 충분히 협의하는 등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 주기 바란다"고 지시하면서 변 후보자에게 힘을 실었다.

다만 아직 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도 거치지 않은 신분이라는 점에서 적절하지 않은 행보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당장 야당을 중심으로 23일 예정된 청문회를 앞두고 철저한 정책검증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변 후보자가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 설계자로 알려진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궤를 같이한다는 점을 벼르고 있다.

청와대는 "이날 행사가 2~3주 전부터 예정돼 있었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럼에도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올 만큼 변 후보자를 챙기는 문 대통령의 행보 자체가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한 절박함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문 대통령은 이날도 "주택 문제가 우리사회 최고의 이슈로 부상하고 국민 관심이 모여 있다"며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한 '과감한 재정 투입', '발상의 근본적 전환' 등을 강력하게 당부했다.

신은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