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식품의약국(FDA) 자문기구가 10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긴급사용 승인을 권고하면서 미국 내 백신 접종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 추가 승인 절차를 거쳐 이르면 14일 접종이 시작된다. 이에 따라 한편에선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종식을 향한 기대감이 싹트는 분위기다. 그러나 미국 내 하루 사망자가 3,000명을 넘어서고, 이런 추세가 3개월 이상 지속될 것이란 예측이 나오는 등 ‘코로나19와의 전쟁’은 내년 상반기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도 여전하다.
FDA는 이날 백신생물의약품자문위원회 회의를 열어 미국 화이자ㆍ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긴급사용 승인 안건을 심의했다. 자문위원들은 FDA, 화이자 등의 보고를 받았고 토론과 표결을 통해 ‘16세 이상 미국인 대상’ 백신 긴급사용 승인을 FDA에 권고했다. FDA가 자문위 권고 결과를 토대로 11일 백신 사용 승인 여부를 결정할 경우 초기 350만명분 규모의 백신 배송ㆍ배포가 시작된다.
그러나 곧바로 접종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고 CNN은 전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예방접종자문위원회 긴급회의가 11일 열리고, 자문위는 13일 사용 권고 표결을 할 예정이다. 이 권고안을 로버트 레드필드 CDC 국장이 승인해야 백신 접종이 가능해진다. 이르면 14일 백신 접종이 시작될 것이라는 얘기다.
앞서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는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 결과 95%의 효과를 보였다며 지난달 20일 FDA에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했다. 코로나19 백신은 영국, 바레인, 캐나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이미 사용 승인을 받았고, 영국은 8일부터 접종을 시작한 상태다.
문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 효과는 장기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AP통신은 “전문가들은 집단면역을 달성하려면 최소한 인구 70%가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고 말한다”며 “정상으로 돌아가고 마스크를 벗기 위해서는 몇 달이 걸릴 수 있다는 의미”라고 전했다. 화이자는 연말까지 2,500만명 접종 가능 물량을 확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내년 1월 20일 취임 후 100일 내에 1억명의 미국인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렇게 해도 내년 4월까지 미국인(3억1,000만명)의 3분의 1 정도가 접종을 하는 것이고, 이 정도 백신을 확보하지 못하는 다른 나라 상황까지 감안하면 전 세계 정상화는 내년 말까지 어려울 수도 있다.
레드필드 CDC 국장은 “향후 60~90일은 9ㆍ11 테러(희생자 2,977명), 진주만 공습(2,403명) 때보다 더 많은 일일 사망자가 나올 수 있는 시기”라며 “이번 주 백신 승인을 해도 앞으로 60일 동안은 (코로나19 사망자 감소에) 실제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해도 마스크 쓰기, ‘사회적 거리 두기’ 유지는 필수적이라는 주문이었다. 미 존스홉킨스대 집계 기준 9일 하루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는 3,124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