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라는 책을 보란듯이 꺼내 읽었다. 검찰 개혁을 향해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추 장관은 검찰의 민낯을 폭로한 전직 검사의 저서를 취재진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들어 보였다. 이후 일반 법안이 통과되는 동안 보란듯이 책을 꺼내 읽기도 했다.
추 장관은 본회의가 예정된 이날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 국무위원 중 제일 먼저 입장했다. 추 장관이 입장하자 취재진이 자리잡고 있던 방청석에서 요란한 셔터 소리와 함께 플래시 세례가 빗발쳤다. 자신에 대한 언론의 관심을 모를 리 없는 추 장관은 자리에 앉자마자 가방에서 파란색 표지의 책 한 권을 꺼냈다. 그리고는 이내 책상 서랍으로 밀어 넣었다.
국무위원으로서 국회 본회의장에서 독서를 하는 모습도 이례적이지만, 취재진의 카메라가 집중된 상황에서 가방에 있던 책을 꺼내 서랍에 넣은 것은 다분히 언론의 카메라를 의식한 행동으로 보인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검사징계위원회를 하루 앞둔 이날 공수처법 개정안이 상정된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 같은 행동을 통해 전달하려 한 메시지가 무엇이었는지 관심이 쏠린다.
추 장관이 입장할 당시 본회의장 앞에서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여당의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 시도를 규탄하는 피켓시위를 하고 있었다. 여당 입장에서 공수처 설치는 검찰개혁의 상징이자 시발점이기도 하다. 그런데 공수처장 임명 문제를 놓고 야당과의 협의가 난항을 격자, 아예 법을 바꾸는 전략을 속전속결로 추진하고 있다. 야당은 철야농성과 필리버스터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공수처법 처리를 저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여권의 의석이 수적으로 월등한 만큼 본회의 통과는 시간 문제다.
검찰개혁의 총대를 맨 추 장관의 손에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가 들린 장면은 공수처법 통과를 미리 축하하는 '세리머니'이자, 자신과 날선 공방을 이어가고 있는 윤 총장에 대한 경고의 의미를 담고 있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