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겨울은 유난히 추울거라는 기상예보가 많다. 더구나 코로나로 냉랭한 분위기는 체감온도를 더 낮춘다. 혹독한 겨울을 날 길고양이들이 걱정하던 중 얼마 전 서울 서초구에서 길고양이 급식소와 150여개의 겨울집을 만들어 배포했다는 기사를 보았다. 서초구에서 설치한 길고양이 집에는 '겨울이 지나면 자체 수거 예정입니다'라는 문구와 서초구청 동물복지팀의 전화번호가 적힌 스티커가 붙여졌다. 길고양이 문제가 더는 개인이 돌보고 책임지는 일이 아니라 지역구에서 책임지는 복지사업이 되었다는 생각에 뭉클한 마음이 들었다.
작년 겨울, 엄마가 집근처에 밥을 주는 길고양이를 만들어준 겨울집을 얼마 안되서 누가 부수어서 버렸다고 속상해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올겨울은 들키지 않을 곳에 잘 숨겨두었다고 했다. 병원에 오는 보호자들 중에도 동네에서 만나는 고양이들에게 집을 만들어주거나 밥을 주고 싶은데 이웃과 갈등하거나 구체적인 케어방법을 몰라 문의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길고양이는 밖에 사는 동물이니 '추위에도 알아서 살겠지'라고 생각할수도 있다. 하지만, 길고양이에게 겨울은 생명을 위협할 만큼 혹독하다. 가을부터 최대한 많이 먹어 지방층을 두껍게 하고 촘촘하게 털을 찌워도 맨몸으로 추위를 버텨내기는 어렵다.
몸을 녹일 곳이 없어 지하주차장에 있는 차량 밑에서 칼바람을 피하거나 엔진룸에 들어가 잠을 청한다. 그러다 시동이 걸리는 차 안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안타깝게 목숨을 잃기도 한다. 이런 사고는 고양이만 다치는 게 아니다. 자동차도 손상되고 사람에게도 끔찍한 기억을 남긴다. 고양이와 자동차 모두를 보호하기 위한 간단한 방법이 있다. 시동을 켜기 전 차량 보닛을 '탕탕!' 몇 번 쳐주는 것만으로도 사고는 쉽게 예방된다. 차문을 크게 닫거나 차에 탄 뒤 좌석에서 발을 세게 구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겨울철엔 음식보다 물이 생존과 직결된다. 모든 게 다 얼어서 목을 축일 물을 구할 수가 없다. 따뜻한 물을 제공해도 얼마 안 돼서 얼어버린다. 그렇다고 수시로 뜨거운 물을 부어 줄 수도 없으니 갑갑한 노릇이다. 물을 줄 때는 어는점을 낮춰주기 위해 물에 설탕을 약간 타거나 물 대신 육수를 주는 것도 좋다. 또, 작은 스티로폼 상자와 일회용 식품용기로 보온 물그릇을 만들어 줄 수 있다. 작은 스티로폼 상자 안에 일회용 죽그릇 같은 식품용기를 여러겹 겹쳐서 넣어둔다. 그릇 바닥에 핫팩을 붙이고 나머지 그릇을 겹쳐서 스티로폼 박스에 넣어두면 보온이 더 오래 유지된다.
먹거리를 챙겨주고 싶다면 습식 캔보다는 사료를 주는 것을 추천한다. 늘 먹이던 사료가 있다면 급여량을 늘려주거나 겨울 동안만 열량이 높은 키튼사료(자묘용 사료)를 주는 것이 좋다. 가끔 좋은 마음으로 캔을 데워주거나 따뜻한 물에 사료를 불려서 주는 경우도 있는데, 좋은 의도와 달리 먹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주자마자 바로 먹을 수 있다면 따뜻한 음식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습식캔은 얼어버려 먹을 수 없게 된다.
겨울집을 제공해주는건 어떨까. 판매하는 겨울집도 있고, 쓰고 남은 종이 박스나 플라스틱 박스, 스티로폼 등을 재활용할 수 있다. 고양이 한두 마리 정도 들어갈 정도의 크기가 좋다. 보온을 위해 고양이 머리보다 조금 크게만 입구를 뚫어두자. 안쪽에는 단열재가 될 만한 짚이나 신문지, 은박 돗자리 등을 넣어준다. 헌옷이나 담요는 추천하지 않는다. 젖어버리면 오히려 보온에 해가 된다. 병원 보호자는 안쓰는 양말에 핫팩을 넣어 집 안에 넣어준다고 했다. 활용해볼 만한 팁이다. 집은 인적이 드물고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놓아두어야 고양이들이 이용할 수 있다.
길고양이는 좋든 싫든 도시 생태계의 구성원임을 인정하자. 무조건 배척하고 혐오하는 건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점점 더 많은 지자체에서 길고양이와 따뜻한 공존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내년 겨울에는 우리 지역구에서 제공해주는 고양이 겨울집을 받아서 설치하는 꿈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