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대놓고 중국에 석탄 밀수출… "위성사진에 포착"

입력
2020.12.08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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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수익 최대 4000억"
中에 대북 제재 이행 압박


북한이 최근 석탄을 불법 거래하는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감시망을 피하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들이 유엔 제재로 금지된 석탄을 수출하며 올해 3분기까지 약 4,000억원의 수입을 챙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미 국무부 고위 관료들과의 인터뷰와 미국 국무부로부터 제공받은 위성사진 등을 토대로, 북한과 중국 사이 불법 석탄 거래가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특히 북한 선적의 선박들이 지난 1년 동안 중국 닝보-저우산으로 수백 차례 석탄을 직접 실어 날랐다고 전했다.

2017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북한의 석탄 수출을 금지한 이후, 북한은 해상에서 ‘선박 대 선박’으로 옮겨 싣거나, 선박 이름을 자주 바꾸고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끄는 등 갖가지 제재 회피 수법을 활용해 감시망을 피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국무부가 WSJ에 제공한 지난 8월12일 촬영 위성사진에는 인공기를 달고 석탄을 실은 복수의 북한 선박이 닝보-저우산 가까이 이동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6월19일 위성사진에서도 중국 깃발을 단 바지선이 북한 남포항에서 석탄을 싣는 모습이 확인됐다. WSJ는 중국 역시 대북제재 위반을 숨기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무부의 한 고위 관리는 WSJ에 “특별히 위장하거나 숨기지 않는다”며 “북한은 더는 제재 감시를 피하려고 애쓰지 않고 있다. 북한에서 중국으로 향하는 직접 운송은 2017년 제재 채택 이후 처음 목격하는 큰 변화”라고 말했다.

그간 북한은 베트남 인근 통킹만으로 몰래 이동한 뒤 석탄을 해상에서 다른 선박으로 옮겼다가 중국으로 이동하는 복잡한 절차를 거쳐왔다. 그러나 이 과정을 건너뛰게 되면서 비용을 절감하고 수출량도 늘릴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미 정부는 북한이 올해 1∼9월 410만 미터톤(MT)의 석탄을 수출한 것으로 추산한다고 WSJ는 전했다. 이에 대해 미 정부의 한 관리는, 2017년 유엔 안보리의 석탄 수출금지 제재 이전의 비슷한 기간과 비교할 때 5분의 1 수준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유엔 제재로 금지된 석탄을 수출해 올해 3분기까지 4,000억원 안팎의 수입을 챙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WSJ는 석탄이 톤당 80∼100달러에 팔렸다고 가정해, 올해 북한의 석탄 수출액이 3억3,000만∼4억1,000만 달러(약 3,585억∼4,455억원) 범위라고 추정했다.

WSJ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북한이 중국과의 육로 국경을 닫은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석탄 수출은 더욱 의미가 있을 수 있다”며 “북ㆍ중 불법거래 증가는 내년 초 임기를 시작하는 조 바이든 차기 미국 행정부에 특별한 도전과제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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