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법관 대표들의 회의체인 법관대표회의가 7일 대검의 이른바 '판사 사찰 문건'에 대해 논의했으나 공식 대응은 하지 않기로 결론내렸다. 법관 120명이 온라인으로 참여한 이날 회의에서는 사전 상정된 안건 외에 ‘법관의 독립과 재판의 공정성 확보에 관한 의안’을 별도 심의했다. 하지만 사법부가 검찰과 정부 갈등 현안에 개입해 정치적 논란을 자초할 수 있다는 신중론에 따라 공식 안건 채택은 부결됐다. 법원이 집단 대응은 자제했지만 사법부 독립 침해의 우려에는 공감대가 형성된 셈이다.
판사 사찰 문건은 대검이 주요 사건을 맡은 판사들의 취미, 활동 경력, 재판 진행 스타일 등을 정리한 것으로 그 내용이나 수집 과정의 위법성은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판사 개인 정보를 모아 문서로 작성했다는 점에서 사찰 의혹이 제기됐다. 다만 법무부가 이 문제를 윤 총장 징계청구 혐의로 조사하는 과정의 적절성 논란이 불거지며 의혹은 묻히는 듯했다.
법관회의는 “검찰의 법관 정보 수집, 이를 계기로 진행되는 정치권의 논란이 법관에 대한 독립과 재판의 공정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제안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미 많은 법관들이 검사가 증거가 아니라 재판부 성향을 이용해 유죄 판결을 받겠다는 건 재판 독립성을 침해하는 것이란 지적을 해왔다. 하지만 법관회의 차원의 의견 표명은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데 다수 법관들이 동의했다고 한다. 정치적, 당파적 해석의 부담을 감수하고 의견을 내는 것이 오히려 사법부 신뢰를 흔들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판사 사찰 의혹의 실체 규명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대검 감찰부의 수사는 연구관들의 반발로 중단 상태인 데다가 같은 대검 인권정책관실은 감찰부 수사의 위법성에 대해 역조사를 진행 중이다. 법관회의에서 보여준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의지가 판사사찰 의혹의 진실을 가리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